[인터뷰] ‘전국노래자랑’ 김인권 “나는 이경규 표 ‘무한도전’의 정형돈”

입력 2013-05-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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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인권.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어휴”

배우 김인권(35)가 한숨을 푹 내쉰다. 이유를 묻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꺼냈다. 주연 배우가 다소 약한 게 아니냐는 평을 들었나보다.

“A급 배우를 기대하는 건지도 모르죠. 그 급을 누가 정하는지 모르겠지만 배우 이름의 파워에 대해 심히 탐구해보려고요.(웃음)”

김인권이 출연한 ‘전국노래자랑’은 ‘아이언맨3’에 밀리긴 하지만 꾸준히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1위인 셈이다.

“아내가 아이들하고 조조영화로 봤는데 사람들이 꽉 차 있다고 문자왔어요. 연령대도 다양하고 어르신들이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하네요.”

김인권은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의 꿈을 잊지 못하지만 현실에 쫓겨 낮에는 아내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일을 돕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봉남 역으로 나온다. 어느 날 김해에 ‘전국노래자랑’이 녹화를 온다는 소식을 듣고 꿈을 이루기 위해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한다.

김인권은 이 영화를 위해 트로트와 춤을 연마했다. 그래도 한 때 가수의 꿈을 꾸던 캐릭터였기에 어느 정도 능숙함이 필요했다. 촬영이 들어가기 한 달 전 춤을 배우고 트로트의 바이브레이션과 꺾기 창법을 배웠다.

“선생님이 몸치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날 배운 춤은 그 다음날이면 몸에 익더라고요. 댄스에 소질이요? 아니요.(웃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동작이었어요. 체중도 처음엔 일부로 찌우다가 빼기 시작했어요. 평범한 봉남에서 꿈에 도전하는 봉남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죠.”

‘전국노래자랑’은 김인권의 이야기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김인권을 비롯해 음치, 박치인 김해시장(김수미), 동료직원 동수(유연석)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현자(이초희), 철부지 없는 손녀딸 보리(김환희)와 그를 키우는 오영감(오현경) 등이 어떻게 전국노래자랑에 나가게 되는 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적절히 녹아있다.

특히 가족애를 잘 담았던 오현경과 김환희의 이야기를 본 김인권은 감독에게 자신의 분량을 줄여서라도 이 이야기의 분량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오현경 선생님과 환희의 촬영 날짜가 저보다 먼저였거든요. 그래서 촬영분을 봤는데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이종필 감독님께 이 영화의 최고의 강점은 이 이야기가 될 거라며 제 분량을 줄이더라도 많이 담아달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제 대사를 빠르고 짧게 갔죠. 저는 영화 틈틈이 자극적이고 발랄하게 나오길 바랐어요.”

김인권은 봉남으로 분하며 자신의 과거도 기억했다. 봉남이 가수가 되기 위해 버텨왔던 날들처럼 그 역시 배우로서,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살아왔던 시절이 기억났던 것.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버텨왔는지 궁금하네요. 군대도 갔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고…. 훌륭한 가장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남자들은 누구나 그렇지만 아내의 존경을 받고 싶어 해요. 그걸 빨리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봉남이도 아마 아내의 존경을 받고 싶어서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도전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를 꿈꾸며 살고 있는 봉남 역을 맡은 배우 김인권.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연장선상으로 최근 화제가 됐던 ‘힐링캠프’에 대해 넌지시 물어봤다. 김인권은 방송에서 불우했던 과거사와 지금의 가정을 이루기까지의 삶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개인사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힘들진 않았을까.

“사실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제 슬펐던 과거를 계속 말하는 일이 쉽지는 않더군요. 아내도 방송을 위해 참 노력을 많이 했더라고요. 하지만 결국에는 힐링이 됐어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웨딩사진도 찍고 호텔에서 즐거운 시간도 보냈죠. 그래서 요즘 아이들과 아내가 저한테 더 잘해줘요.(웃음)”

‘힐링캠프’ 방송이 된 다음날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있었던 김인권은 예능의 힘이 아닌 이경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답했다.

“피부로 느끼기 힘드시겠지만, 이경규 선배의 힘은 방송계, 영화계에서 막강합니다. 거의 신(神)이세요. 선배에겐 불가능이란 없어요. 저는 지금 이경규 선배가 하는 일에 참여하는 멤버예요. 예를 들어, 이경규 선배가 유재석이라면 저는 ‘무한도전’의 정형돈 정도? 하하. 미친 존재감으로 남고 싶어요.”

김인권은 이경규에 대해 “은인”이라 말했다.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이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경규는 오히려 “내 영화에서 잘되면 돼”라며 그를 캐스팅 했다.

“이경규 선배가 절 가능성 있는 배우로 봐주신 거죠. 은인이자 스승님이에요. 저를 발견해주셨잖아요. 이경규 선배가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키워준 코미디언들도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관심 없는 척 해도 은근 다 신경 쓰세요. 참 따뜻한 분이에요.”

김인권은 ‘전국노래자랑’외에 영화 ‘사도’ 촬영도 마쳤다. 북한 지하 교회에 현실을 다룬 영화로 함경도 지역 두만강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선교사들을 통해서 신앙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종교영화라기보다는 인권영화에요. 영화의 취지가 좋아 참여하게 됐어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창피하지 않을 영화죠. 센 역할이라서 또 다른 제 모습도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

앞으로 김인권은 계속해서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에게 주연도 중요하겠지만 조연이더라도 감초 같은 역할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게다가 의미가 있어 공감대를 형성하면 더 좋겠죠. 그게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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