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창조다. 또 하나의 자신을 창조하는 일이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러나 창조는 어렵다. 전지전능한 신조차 6일간 세상을 ‘창업’한 뒤 피곤함을 느끼어 하루를 쉬었다. 하물며 피조물인 인간임에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에도 창업의 문 앞에서 좌절한다. ‘이룬 게 없어서’, ‘경험이 없어서’, ‘가진 게 없어서’ 창업을 하기도 전에 두려움에 젖는다. 한양잉크 임춘수(60) 대표는 그런 이들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고는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다. 너무 걱정할 것 없다고. 원한다면 자신의 30년 경험을 나누어주고 싶다고. 꼭 옳은 건 아닐 테지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창업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전을 못하는 사람들은 여러 유형이 있죠. 하지만 결국은 두 가지로 귀착됩니다. ‘자신이 없다’와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저는 사람들에게 ‘이제 그만 눈을 떠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미흡하지만 그 방법론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 자신의 꿈을 적는 습관 길러야
임 대표가 말하는 창업의 제1수순은 ‘꿈을 갖는 것’이다. 이것이 최고다. 그렇다면 다음은? “자신의 꿈을 적는 습관을 기르세요.”
묘한 일은 펜을 딱 잡는 순간 꿈이 도망을 간다. 잡으려 해도 잘 잡히지 않는다. 다만 몇 줄이라도 적어야 한다. 자신의 꿈이 얼마나 막연했던 것인지, 얼음장에 손을 얹듯 실감하게 된다. 일단 적어놓고, 하나하나 보충해 나간다. 달아나려는 꿈의 발목을 움켜쥐고 자신의 세상에 가둬두는 작업이다.
그 다음은 그 분야 전문가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자신의 꿈을 매일 들여다보고, 전문가와 상담하고, 인터넷과 신문, 현장답사 등을 통해 자료를 모은다. 그리고 다시 적는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주위에 공표해야 합니다. 이것을 안 하면 ‘절대’ 이루지 못합니다. 담배를 끊겠다고 혼자 다짐하는 것과 몇 월 며칠부로 끊겠다고 공표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반드시 알리세요.”
○ 남의 돈으로 의지·긴장감 가져야- 창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자본일 텐데요. 얼마나 준비해야 합니까?
“‘어떤 사업을 하고 싶다’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잡히면 명세서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가게를 낸다면 전세금, 권리금, 평수, 인건비, 경비, 대출이자 등이 들어가겠죠? 그런데 적고, 공표를 하게 되면 이상하게도 그 동안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상당히 세부적인 자금 계획서를 만들 수 있게 되지요.”
주의할 점이 있다. 아무리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계획을 잡아도 실제로 창업을 하게 되면 예상보다 돈이 더 들어가게 되어 있다. 임 대표의 경험상 약 30가 더 들어간다. 자신이 생각한 사업자금이 1억원이라면 3000만원 정도는 더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산을 잡았으면 이제 조달을 해야죠? 저는 사람들에게 사업자금의 반은 빌려서 조달하라고 얘기해줍니다. 100자기 자본으로 하면 안전하고 더 성공할 것 같죠? 아닙니다. 오히려 망하기가 더 쉬워요. 어느 정도는 남의 자본으로 해야 창업 의지가 불타고, 열심히 해서 빨리 갚으려는 마음도 생기고, 적당한 긴장감과 흥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통장에서 이자 딱딱 빠져나가는 거 보면 눈에서 불이 번쩍번쩍하죠. 돈이 없어서 나는 못한다? 핑계입니다. 돈을 충분히 갖고 시작하는 사람은 전체 창업자 중 1도 안돼요. 저는 심지어 필요자금의 90까지 빌려서 하는 사람들도 봅니다. 성공하는 케이스도 많구요.”
○ 밑바닥 경험, 창업의 가장 큰 힘
창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해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오히려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문제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가 전부로 아는 젊은층이 특히 그렇다.
“창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자본은 돈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그 중에서도 밑바닥 경험이죠. 만약 중국음식점을 해보고 싶다면 저는 중국집 배달원으로 들어가 일해보라고 합니다. 제가 책에 써놨어요. ‘개 같은 경험을 해라’. 집에 돈도 충분히 있고, 머리도 똑똑하고, 모든 자료를 컴퓨터로 검색해서 준비했는데도 실패했다? 안 되는 이유는 하나죠. 경험이 없는 거예요.”
어차피 창업을 하고나면 다 경험해야 한다. 늦게 하면 모두 돈 주고 배워야 한다. 시행착오를 통해 뼈저리게 배워야 한다. 그 전에 미리 경험해버리는 게 낫다. 그것도 ‘개’같은 경험이 제일이다.
“같은 실수를 세 번 하면 망합니다. 남의 밑에 들어가 충견이 되어서 궂은일, 기쁜 일 다 경험하고 나오면 성공확률이 그 만큼 높습니다. 좋은 직장, 학벌, 백그라운드? 이런 사람들은 험한 세상에 자신을 내던지지 못해요. 사업을 하다보면 나쁜 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옵니다. 다시 강조하지요. 충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똥개’가 되세요. 그러면 성공합니다.”
○ 창업 후 3년 버티면 성공에 가깝다- 창업 후 3년만 버티라고 강조하시는데, 왜 하필 3년입니까?
“사람의 의지가 보통 3년쯤 가죠. 그리고 실제로 창업 후 자신의 한계점을 깨닫는 시기가 3년쯤 되었을 때입니다. 사업을 해보면 경기가 너울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여름, 겨울, 성수기, 비성수기 … 3년이면 모든 사이클을 다 경험하게 되죠. 보통 창업 후 1년 이내 문 닫을 확률이 60∼70정도, 3년 이내가 90라고 합니다. 3년을 견뎌야 10에 들 수 있습니다.”
- 좋은 사업아이템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자신의 재력과 체력에 맞아야 합니다. 취향은 그 다음이죠. 취향만 좇다가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특히 유행만 따라다니는 것은 위험합니다. 요즘은 이게 대세다? 누가 했더니 대박이 났다? 이런 것만 쫓아다니다간 10전 10패합니다. 일종의 ‘패션’과도 같죠. 오래 못 갑니다. 3년도 못 가요. 먹고 사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겁니다. 목숨을 ‘패션’에 맡기시렵니까? 길을 가다 꽃 냄새 맡고는 ‘향기 좋네? 이거 해야지’. 안 됩니다. 기분에 좌지우지 되지 마세요. 적고, 경험하십시오. 그래도 괜찮다고 판단이 서면 그때 뛰어드세요.”
임 대표는 지금도 꿈을 적는다. 올해 환갑을 맞은 임 대표는 새해가 되면서 ‘책을 쓰고 싶다’라고 적었고, 최근 그 꿈을 이루었다. 노래를 좋아해 젊은이들 노래를 1년에 10곡 정도씩 익히는데, 책에 이어 개인 CD를 내는 목표를 하나 더 추가했다. 사업 후계자 양성도, 직원 교육을 통해 복지후생을 늘리는 것도, 공해 없는 수성제품을 생산하는 꿈도 모두 적어 넣었다.
끝으로 임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한 마디를 전했다.
“주어진 기회와 건강에 항상 감사하세요. 겸양을 생활의 신조로 삼으세요. 아무리 어려워도 3년은 버티세요. 최악의 경우 나중에 다른 사업을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사업은 학교처럼 학년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하나의 과정이고, 그 과정이 곧 성공입니다. 여러분 모두 성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