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심죄에걸린이세돌징계에대해

입력 2009-05-22 13: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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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한국기원 프로기사회는 26일 총회를 갖고 이세돌 9단과 관련해 ▲한국바둑리그 불참 ▲중국바둑리그 대국료 중 5%를 기사회에 내지 않는 문제 ▲기보 저작권을 한국기원에서 일괄 관리하는 방안에 동의하지 않음 ▲시상식 불참 등의 안건을 다룬다. 한 기사와 관련해 4개 안건을 다루는 것은 이례적이다. (동아일보 5월 21일자)”

요즘 바둑가 사람들은 둘 이상만 모이면 이세돌 이야기다.

사람들은 이세돌에 대해 징계파와 옹호파로 확연히 구분된다.

온라인도 펄펄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기원(이사장 허동수)과 이세돌 9단이 대립각을 세워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한국기원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이세돌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팬들은 한국기원에 비난의 돌을 던졌다.

천하무적의 맷집을 자랑하던 한국기원도 맞다가 지쳤는지 요즘엔 돌만 들어도 몸을 움찔하고 있다. 최근 허 이사장과 한상렬 사무총장이 줄줄이 사과문을 내야했던 윤기현 9단의 바둑판 사건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이번 사안이 심각한 것은 한국기원에 앞서 프로기사회가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로기사회는 한국기원이 아니다. 프로기사회는 프로기사들이 모여 만든 친목단체이자 압력단체다. 한국기원의 방침을 결정하는 권한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를 좌지우지할 만한 드센 ‘입김’을 가졌다.

26일 총회의 결과는 한국기원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에 올려질 것이고, 여기서 징계여부와 수위가 결정된다.

총회를 무사히 거친다 해도 이사회가 걸림돌이다.

이사회 분위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프로기사 총회가 징계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이사회에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문제는 당장 이세돌을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한국리그불참은 기사 개인의 문제이다. 기보저작권 역시 모든 프로기사가 사인했는데 혼자만 하지 않았다고 징계할 수는 없다.

시상식에 불참했다고 징계해야 한다는 것도 지나친 해석이다. 중국바둑리그 대국료 중 5%를 기사회에 내는 문제도 이세돌 본인은 “한국기원이 대국일정 등 편의를 봐주지 않으니 내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원과 프로기사회가 이세돌에게 내릴 수 있는 ‘죄목’은 결국 ‘괘씸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어느 법전에도 나와 있지 않지만,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죄목이 괘씸죄다.

자칫 이번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을까 우려된다. 바둑계 발전을 위해 ‘읍참마속’이 답이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괘씸하다는 이유만으로 읍참할 수는 없다. 굳이 읍참해야 한다면, 먼저 명확한 규정과 명분을 만들 일이다. 그랬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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