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한국시간) 아시아 최초로 메이저골프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공식 인터뷰를 통해 타이거 우즈와의 혈전에서 승리한 소감을 밝혔다. 양용은은 끊임없이 도전하며 골프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꿈꿔왔고, 오늘 그 꿈은 현실로 이뤄졌다.
¤ “골프 인생에서 이런 영광이 찾아올 줄을 생각지 못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것이 골퍼로서 마지막 메이저 대회 우승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엄청난 하루다. 이번 우승은 미국에서 활약하는 최고 수준의 PGA투어 선수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11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볼을 올렸는데 우즈는 두 번만에 볼을 올리고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그것이 우즈와의 차이점이라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다음 홀(12번홀)에서 우즈가 보기를 하고 내가 파로 막으면서 우승의 가능성을 보았다.”
¤ “14번홀(파4)에서 우즈는 아주 좋은 벙커 샷을 했다. 그것은 분명한 버디 찬스였다. 나도 최소한 버디 찬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칩샷을 했는데 운 좋게도 그대로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이글을 기록했다.”
¤ “16번홀(파4)에서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고 있었다. 핀 조금 오른쪽을 겨냥했지만 계획한대로 완벽하게 볼을 보내지는 못했다. 핀에서 6~8야드 왼쪽으로 볼이 떨어졌지만 볼을 그린에 올릴 수 있어서 기뻤다. 18번홀(파4)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조준했다. 훅이 나지 않고 볼이 의도한대로 떨어져 좋은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 “골프 황제의 기적 같은 샷과 기적 같은 퍼트를 하는 것을 TV하이라이트 중계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가 18번홀에서 칩샷을 할 때 속으로는 솔직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칩샷이 들어가지 않기를 기도했다.(웃음)”
¤ “우즈와 플레이해본 적은 없지만 많은 선수들이 우즈와 최종라운드 승부에 실패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여러 번 세계 최고의 골퍼를 상대로 메이저 대회 최종라운드를 치르는 상상을 해왔다. 우즈의 플레이를 보면서 그가 어떻게 우승하는지 전략을 흉내내보곤 했다.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
¤ “우즈라고 해도 언제나 플레이가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타이거는 훌륭한 선수지만 운이 안 좋은 날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들 중 하루일 것이다. ”
¤ “1996년에 박세리가 US오픈에서 우승했고 그것이 한국에 엄청난 골프 붐을 일으켰다. 모두들 테니스 라켓이나 야구배트 대신 골프채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경주 선수가 PGA투어에서 우승한 것도 골프의 인기를 증대시켰다. 그처럼 이번 우승이 골프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과 아시아의 젊은 골퍼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리 |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