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감독무덤’ 노터데임大, 명장 켈리 터치다운

입력 2009-1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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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스포츠전문 방송 ESPN은 멤피스대학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대학농구 4강에 올려놓은 존 칼리파리가 켄터키대학으로 옮기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스포츠에서 어느 팀의 감독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이었다.

팬들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감독직이 52%%로 가장 힘들다고 응답했고 2위로 대학풋볼 노터데임 감독을 꼽았다. 20%%였다. 그 뒤를 북미프로풋볼(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17%%, 대학농구 켄터키가 10%%로 나타났다.

위에 거론된 4팀은 미국 스포츠 종목의 대표주자들이다. 그 자리에 오를 경우 개인에게는 큰 영광이지만 지휘봉을 잡는 순간부터 성적에 따른 심리적 부담을 강하게 받는 곳이다.

12일(한국시간) 노터데임대학은 신시내티대학 감독을 역임한 브라이언 켈리(48)를 제29대 감독으로 임명했다. 노터데임은 이달 1일 6승6패로 정규시즌을 마친 찰리 와이즈 감독을 해고하고 올해 신시내티를 12전승으로 이끌며 BCS(Bowl Championship Series) 슈거볼 진출권을 획득한 켈리를 감독으로 앉혔다.

농구로 잘 알려진 신시내티는 첫 슈거볼(2010년 1월 2일) 진출에 개교 이래 최고 경사라며 기뻐했으나 켈리 감독의 노터데임 이적으로 배신감에 휩싸여 있다. 켈리 감독은 7일 빅이스트 콘퍼런스 챔피언 결정전(우승팀이 BCS볼 자동 진출) 피츠버그와의 경기를 앞두고 노터데임 이적설에 대해 “나와 가족은 신시내티 생활에 만족한다”며 선수들에게도 “절대로 노터데임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의 노터데임 이적설 질문에 화까지 내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1주일도 안 지나 노터데임 감독으로 떠났다. 노터데임이 대학풋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장면이다. 이날 대학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켈리의 기자회견 때 노터데임 웹사이트 접속자가 7만4026건이었다. 공식발표가 있기 전날 켈리의 노터데임 감독 임명은 NFL 피츠버그 스틸러스-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경기 소식을 밀어내고 ESPN의 톱뉴스가 될 정도였다.

노터데임은 곧 풋볼을 의미한다. 통산 11차례 내셔널챔피언에 오른 풋볼 명문교다.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직접 방송사(NBC)와 중계권을 맺은 대학이다.

노터데임은 가톨릭 재단이다. 18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최하층 계급으로 천대받던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중심이 된 학교다. 학교의 닉네임도 ‘파이팅 아이리시(Fighting Irish)’다. 학문 수준도 매우 높다. US월드리포트에 따르면 노터데임은 전국랭킹 20위에 랭크돼 있는 학문과 스포츠를 내세우는 우수한 대학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터데임의 명성이 퇴색되고 있다. 미국 대학 내에서도 최고의 결속력을 자랑하는 동문들은 노터데임의 풋볼에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성적은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35승27패(0.567)를 남기고 해고당한 와이즈 감독도 NFL 슈퍼볼 우승팀 뉴잉글랜드에서 공격코치로 검증된 지도자였다. 게다가 노터데임 출신이었다.

노터데임은 와이즈의 부임 첫 2년은 BCS볼에 진출하며 옛 영광을 재현하는 듯했다. 노터데임의 마지막 내셔널챔피언십은 1988년이었다. 대학은 와이즈의 2년 연속 BCS볼 진출에 고무돼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아 있는데도 10년 재계약을 했다.

그러나 와이즈의 능력은 2006년으로 끝났다. 2007년 3승9패, 2008년 7승6패, 올 시즌 6승6패로 한차례 군소 볼에 진출했다. 결국 대학은 와이즈에게 수백만달러의 위약금을 주고 해고해버렸다.

노터데임에게 2000년대는 수모의 10년이다. 61승49패로 1887년 첫 시즌 이후 10년 단위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이 기간 동안 감독도 최다 6명이나 바뀌었다. 노터데임의 최근 부진은 감독 선정 잘못이라기보다는 우수한 선수 스카우트 부재가 결정적이다. 노터데임은 풋볼선수라도 학업성적이 어느 정도 유지돼야 한다. 이런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운동으로 큰 돈을 벌어들이는 명문대학의 풋볼과 농구 선수들의 학업성적은 형편없다. 풋볼의 경우 텍사스, USC, 오클라호마, 앨라바마 등 유명대학 운동선수들의 졸업율은 60%%를 간신히 유지하는 정도다.

매사추세츠의 작은 어슘션대학에서 라인배커로 활동한 뒤 NCAA-Ⅱ 그랜드밸리 칼리지와 센트럴 미시건, 신시내티를 거쳐 꿈의 노터데임 감독이 되며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한 브라이언 켈리. 전문가들은 노터데임의 켈리 선택은 매우 잘됐다고 평가한다. 켈리가 노터데임의 영광을 재현할 구세주가 될지, 이전 5명의 감독처럼 불명예스럽게 물러날지 궁금하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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