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출신 발데마르 레모스 올리베이라(56) 감독을 ‘포스트 파리아스’로 선임한 포항.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 등극과 함께 세계 클럽 3위라는 값진 성과를 이룬 포항은 대대적인 변화를 주는 대신, 안정을 택했다.
포항의 김태만 사장은 4일 “국내 감독도 고려했지만 지난 5년 간 우리 선수들이 외국인 감독에 익숙해져 있어 레모스를 뽑게 됐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파를 선임하면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포항 측 얘기다.
김 사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직후, 박창현 수석코치에게 “내년 시즌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감독 대행’에 부담감을 느낀 포항은 당분간 외국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내부 방침으로 정했고, 최종 후보군 3명 중 하나였던 레모스와 작년 12월 29일 최종 사인했다.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 사령탑 오스왈도 올리베이라(60)의 친동생이기도 한 레모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가시마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촉박한 시간도 또 다른 배경이다.
포항은 노병준, 최효진, 김형일 등 주전 여럿을 둘러싸고 해외 진출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 스테보와 데닐손 등 용병들의 물갈이는 모따가 대체 자원으로 영입되는 등 이미 진행 중이다. 더욱이 올 시즌은 예전보다 2주 가량 앞당겨진 터라 포항은 선수단의 전체 틀이 무너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요 근래, 각 종 대회 출전으로 타 팀들에 비해 긴 시즌을 보내온 포항은 상대적으로 늦은 1월 중순께 동계훈련을 시작해왔다. 작년 초 포항이 잠시 부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포항은 작년 K리그 최고의 히트작 ‘스틸러스 웨이’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레모스도 포항 측과 면담에서 ▲빠른 경기 진행 ▲흥미로운 공격 축구 ▲페어플레이 등을 두루 강조하는 ‘스틸러스 웨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며 그대로 시행할 것을 약속했다.
김 사장은 “섣부른 모험을 해서 무리수를 두기보단 기존의 틀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새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