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명예회복 혹은 국내복귀, 아니면 더 큰 무대로의 갈림길. 요미우리 이승엽(위 사진)과 야쿠르트 이혜천, 임창용(아래 사진 왼쪽부터)은 올 시즌을 끝으로 나란히 현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된다. 스포츠동아 DB
임창용 ‘대박’ 디딤돌…이혜천 재계약 기회로
日 첫발 태균·범호 “주전경쟁 눈도장 찍겠다”
한국인 5인방 스프링캠프 장소
○한국인 5인방 스프링캠프 장소
전쟁이 시작됐다. 이승엽(요미우리), 임창용 이혜천(이상 야쿠르트), 김태균(지바 롯데), 이범호(소프트뱅크).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인 5인방이 1일 일제히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일본프로야구 12개 구단은 매년 2월 1일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5명이 일본프로야구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것은 사상 최다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2001년 조성민 정민태 정민철(이상 요미우리), 이종범(주니치), 구대성(오릭스)이 함께 일본무대를 누빈 뒤 처음이다. 또한 타자 3명이 동시에 활약하는 것은 사상 최초다. 처한 상황과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열도정복을 위한 각오는 한마음이다.
○이승엽 임창용 이혜천 계약만료의 해
이승엽은 올 시즌 후 요미우리와의 4년계약이 끝난다. 이후 그 앞에 펼치질 길은 세 갈래. 요미우리와의 재계약, 일본내 다른 팀 이적, 그리고 한국 복귀. 특히 지난 2년간의 부진에서 올해도 헤어나지 못한다면 요미우리와의 재계약도 어렵겠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힘들어진다.
그가 처한 상황은 만만치 않다. 요미우리 외국인선수는 6명. 그 중 1군에 선택될 선수는 4명 뿐이다. 투수만 해도 세스 그레이싱어, 디키 곤살레스, 위르핀 오비스포 등 3명. 타자도 알렉스 라미레스에다 이번에 새롭게 메이저리그 강타자 출신 에드가 곤살레스까지 영입했다. 지난해 센트럴리그 타격왕인 좌익수 라미레스는 이번 캠프부터 1루수비 훈련도 병행할 예정이다.
그는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겨울 동안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2년간 부진의 원인이 된 타격폼에도 수정을 가했다. 테이크백에서 폴로스루까지 물 흐르듯 간결하게 스윙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테이크백 이후 한번 덜커덕 걸리는 듯한 불필요한 과정이 발생한 점을 찾아내 이를 수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과거에는 자신의 자리가 정해져 있었지만 지난 2년간 ‘2군선수’로 전락한 그였기에 이번에는 스프링캠프부터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첫째 목표는 주전 재탈환. 캠프에서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아야한다. 그리고 30홈런과 100타점을 목표로 부활을 다짐하고 있는 ‘국민타자’다.
임창용과 이혜천 역시 올해로 소속팀 야쿠르트와 계약기간이 끝난다. 임창용은 지난 2년간 ‘야쿠르트의 수호신’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 올 시즌 일본 최고 소방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박’의 기회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야쿠르트도 그와 재계약을 원하겠지만 재정이 튼튼한 명문팀에서 러브콜을 보낼 것이 틀림없다. 지난해 처음 일본에 진출한 이혜천은 중간계투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올 시즌에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한다.
외국인선수이기에 평범한 성적으로는 재계약하기 쉽지 않다. 이승엽은 미야자키에서, 임창용과 이혜천은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시작한다.
○출발 선상에 선 김태균과 이범호
이승엽 임창용 이혜천이 올해 계약기간이 끝나는 반면 김태균과 이범호는 첫발을 내딛는다. 셀렘과 기대 속에 한편으로는 일본무대 적응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김태균은 대한민국 4번타자의 계보를 잇는 거포. 지난해 말 지바 롯데가 3년간 최대 7억엔(90억원)을 베팅했다. 한국인의 해외진출 사상 최고액. 지난해 WBC 홈런왕 출신인데다 일본 최고투수인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으로부터 초대형 홈런을 뽑아내 벌써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일본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김태균은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에서도 비행기로 1시간을 이동하는 이시가키지마 캠프에서 일본정복의 시동을 건다. 첫해부터 4번타자를 꿰차 30홈런 도전의 야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우선 지바 롯데 1루수 터줏대감인 후쿠우라 가쓰야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한다.
이범호는 미야자키 캠프에서 첫 단추를 꿴다. 소프트뱅크는 그를 주전 3루수 겸 중심타자로 평가하며 최대 3년간 5억엔(6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WBC 일본과의 결승 9회말 2사 2루서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때려낸 장면에서 소프트뱅크는 ‘해결사’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이범호는 다른 선수에 비해 한국 내에서도 자신에게 기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뒤집어 보이겠다는 다부진 각오다. 방망이도 방망이지만 먼저 자신의 장기인 수비에서부터 3루수 경쟁자인 마쓰다 노부히로를 압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오키나와(일본)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