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What 사건’. 사진 | SBS TV 캡처
이른 바, ‘박지성의 What 사건’으로 불리는 이 장면은 팀 동료 디우프가 박지성이 골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어필을 하자 박지성 역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건 분명 오해다.
필자는 울버햄프턴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이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맨유는 루니가 무릎 부상으로 빠지며 최고 레벨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간 맨유가 얼마나 루니에 의지하고 있었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던 경기였다.
후반 17분 디우프가 투입되기 전까지 원 톱으로 나섰던 베르바토프는 스트라이커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지성 대신 왼쪽 윙으로 나섰던 나니도 분주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팀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에 퍼거슨이 선택한 교체 카드가 디우프와 박지성이었다. 후반 중반 투입된 이들은 맨유 공격에 변화를 꾀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퍼거슨의 선택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였다. 1-0으로 앞서던 진땀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추가골을 뽑으려 했던 맨유는 박지성 투입 이후 더욱 활기찬 모습이었다. 박지성은 빈 공간으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상대 수비진을 여러 차례 흔들었다.
문제의 장면이 나온 때는 후반 36분. 박지성이 베르바토프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진영까지 침투하다 크로스를 올리기 직전 수비수에 걸리는 바람에 코너킥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에 디우프는 양 손을 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경기 도중 선수들끼리 서로 어필을 하는 장면은 늘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이다. 실제로 박지성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서 박지성이 “What?”이라고 외친 선수는 디우프가 아닌, 주장 퍼디낸드였다. 센터라인 근처에 있던 퍼디낸드는 울버햄프턴 진영에 있던 박지성에게 위치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홈 팬들의 엄청난 응원으로 가득 찬 그라운드에서 그토록 멀리 있는 동료의 목소리를 듣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박지성은 퍼디낸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What?” 이라고 외친 것뿐이다. 이에 퍼디낸드는 박지성에게 달려와 한참 얘기를 나눴다. 곁의 게리 네빌도 팔로 오른쪽을 가리키며 코너킥 상황에 박지성이 있어야 할 위치를 재정비했다.
디우프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킨 ‘박지성 What 사건’은 추가골을 뽑아야 했던 중요한 상황에서 선수들끼리 위치에 대한 얘기를 나눈 장면이었을 뿐이었다.
울버햄프턴(영국) | 전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