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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잠실구장. 피자배달원이 난데없이 3루 쪽 덕아웃에 있는 한 감독을 찾아와 피자 한 판을 내밀었다. 한 감독은 피자배달 얘기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고)영민이는 나한테 늘 보낸다”는 말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과거에 이렇다할 접점이 없었던 두 사람, 과연 어떤 인연일까.
한 감독은 이유를 묻자 “나한테 피자를 보내면 방망이가 잘 맞는다고 몇 년 전부터 그런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고영민은 담이 들어 3∼4일 문학 SK전에 이어 6일 잠실 한화전에도 선발 출장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타격 징크스 때문에 굳이 피자를 보낼 필요가 없는 셈. 입을 좀처럼 안 열던 한 감독은 취재진의 끈질긴 추궁에 겨우 피자의 의미를 밝혔다. 한 감독이 삼성 수석코치였던 2007년, 올스타전을 앞두고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내야수 한 명을 지정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한 감독은 내정돼 있던 선수의 이름을 빼고 고영민을 엔트리에 넣었다. 덕분에 고영민은 생애 첫 올스타 무대를 밟았고,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몇 년에 걸쳐 한 감독에게 피자를 보내왔던 것이다.
잠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