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충무로·여의도가 짝사랑하는 서우, 소녀 캐릭터 속 ‘C컵 글래머’

입력 2010-05-16 09: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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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열연중인 서우. 동안과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이루는 \'롤리타\'적 이미지는 충무로가 찾던 한국 여배우의 \'블루오션\'이었다. 사진제공 KBS

● 지배적 이미지 없어 넓은 스펙트럼 자랑
● 동물적 연기 본능과 '조합된 완성형 외모'의 득과 실
● 롤리타, 악동 이미지…여배우의 블루오션

"강혜정(올드보이) 김옥빈(박쥐)을 만났을 때와 같은 전율을 느꼈다.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이제 나타났는지 모르겠다."(영화 '미쓰홍당무' 제작자 박찬욱)

"기가 세고 에너지가 무척 강하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은 이러저러할 것 같다는 생각의 범주가 생기는데, 늘 이 범주를 넘어서는 느낌이었다. 그 형체가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아 당황했다."(영화 '파주' 감독 박찬옥)

" 괴물 같은 신인이다. 표현에 있어서도 주저함이 없는 당찬 기로 똘똘 뭉친 친구다."('파주' 상대역 이선균)

'4차 원, 외계인, 괴물….'

어여쁜 스물다섯 여배우의 별명으로는 실례가 될법한 단어들이지만 영화계 인사들은 그를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속을 알 수 없는 고양이 같게도, 애정결핍에 몸부림치는 강아지 같게도 보이는 그를 'A라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리는 것이 더 큰 실례라는 설명이다. 이는 그들 앞에 갑자기 등장한 한 가냘픈 소녀가 연기는 소름끼치게 잘 하더라는, 영화계의 기대가 듬뿍 담긴 별명이기도 하다.

충무로와 여의도는 왜 이 가냘픈 소녀를 '짝사랑'하는 걸까. 왕따 여중생(영화 '미쓰 홍당무'), 한없이 낙천적인 해녀(드라마 '탐나는도다'), 형부와 치명적 사랑에 빠지는 처제(영화 '파주')에 이어 부잣집 사모님(영화 '하녀'), 막걸리 기업의 철부지 딸(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그의 짧지만 묵직한 필모그래피는 그래서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서우는 영화 '미쓰홍당무' 출연으로 관객은 물론 제작자, 평론가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제작자 박찬욱 감독은 "그가 어디있다 나타났는지 모르겠다"고 극찬했다. 사진제공 모호필름.


▶ '동물적' 연기본능의 아슬아슬한 매력

영화제작사 KM컬처 심영 이사는 캐스팅 오디션 현장에서 서우를 처음 보고 갑자기 눈이 확 뜨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하루에 몇 십 명을 심사하다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서우는 보자마자 일단 외모가 '재밌다'는 생각에 흥미가 생겼다. 연기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아역도, CF스타도, 아이돌 가수 출신도 아닌 그의 깜짝 등장에 신선함 이상의 매력을 느꼈다."

서우의 소속사 심엔터테인먼트 심정운 대표 역시 서우와의 첫 대면 이후 업계 관계자들에게 '엄청나게 웃기는 친구가 하나 탄생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사용한 '웃기다' '재밌다'는 표현은 '독특하다(unique)'는 뜻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이 꼽는 서우의 가장 큰 매력은 지배적인 이미지가 없다는 점이다.

" 못 생긴 것도 빼어나게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외모에 멜로, 코미디는 물론 호러까지 소화할 듯한 이미지는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정된 이미지가 없는 전도연과 비슷한 장점이다."(심 이사)

"주체적 이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라기보다 뭔가에 영향 받기 쉬운 얼굴이 주는 '몰개성의 개성'이 그의 힘이다. 이것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백지' 역할을 한다. 가족사진 속에서 형부의 얼굴을 도려내는 연기를 한 영화 '파주'의 한 장면에서 서우는 이 파괴 본능이 뭔지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채 온전히 주인공 은모가 돼 연기하는 것 같았다."(강유정 영화평론가)

2007 년 개봉한 장진 감독의 영화 '아들'로 데뷔한 서우가 영화계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낸 작품은 이경미 감독의 '미쓰홍당무'(2008년)다. 이 영화로 그는 그해 영화평론가협회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디렉터스컷 어워드에서 신인여우상 3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달 한 영화주간지가 감독, 프로듀서, 제작사 스태프 등 175명을 상대로 실시한 '충무로 차세대 배우' 설문조사에서 여배우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화려한 이력만 놓고 본다면 마치 등장 직후부터 타고난 듯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을 것 같지만, MBC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2007~8년)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시절만 해도 그는 그저 그런 '원 오브 뎀(one of them)'이었다.

서우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시트콤에서 나는 '발연기'를 했다. 촬영 당시 누군가에게 '너 다음주에 유학 가겠다(연기를 못해서 다음 주부터 잘리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이후 이를 악물고 연기 연습에 집중한 결과, '미쓰홍당무'에서의 열연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 데뷔한지 수년이 지나도 실력이 늘지 않는 연기자들이 널린 마당에, 불과 몇 달간의 속성 교육으로 이뤄낸 성과는 그를 '동물적 감각을 가진 배우'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게 한다. 영화 관계자들은 "또래 배우 손예진이 똑똑하고 이성적으로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라면 서우는 본능에 따라 연기하는 감성적 연기자"라고 평가했다.

서우 데뷔 초기부터 함께 한 심엔터테인먼트 최명규 이사는 "본능적인 감성도 뛰어나지만 준비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디션에서 읽을 대사 몇 줄을 위해 그 감독의 전작 대본들을 몽땅 구해 읽어본다든지, 대본에 빽빽하게 메모를 해가며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 서우가 감성만으로 연기하는 배우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전했다.

특정한 이미지가 없어 감독의 생각을 투영하기 좋은 배우라는 평을 듣는 서우. 스포츠동아 박화용 기자.


▶ 서우, 블루오션을 개척하다

그가 유난히 좋은 작품들을 잘 선택한 것이 그를 단숨에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로 성장하게 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중이 좋아할 만한 작품보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이 관심 갖는 작품성 있는 영화를 택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것.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들은 모두 비평가들에게 주목 받을 수 있는 유명 감독들의 작품이었다. 서우는 이런 영화들을 선정한 뒤 그 '결실'을 흥행실적이 아닌 각종 연기상 수상, 해외영화제 진출로 맺었다"고 평가했다.

서 우의 이미지가 한국 여배우상의 '블루오션'을 개척했다는 점도 그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로 꼽힌다. 162cm(포털사이트 등록 '공식키')의 아담한 키, 길고 가는 팔, 작은 얼굴, 크고 맑은 눈은 순정만화 속 소녀 캐릭터인데, C컵 이상은 족히 넘어 보이는 풍만한 가슴 라인에서는 농염한 여인의 향기가 풍겨지는 것부터가 독특하다는 것.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다소 상반된 매력을 결합한 '섹시 큐티' 캐릭터는 '이미지 퓨전'이 화두가 되는 시대에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며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이미지의 여배우는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서우는 단연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렇게 오묘한 이미지는 '파주'와 '하녀'에서의 배역을 연기하는데도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가족인지, 애인인지 헷갈리는 형부와의 애틋한 관계, 지나치게 젊은 부잣집 마나님이라는 애매한 설정은 '하이브리드형' 외모에 힘입어 더욱 더 설득력을 갖게 됐다.

독 보적인 '큐티 섹시' 이미지는 광고주들에게도 사랑 받고 있다. 올 2월부터 서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속옷브랜드 'YES(좋은사람들)'는 서우를 귀여운 소녀 이미지와 글래머러스한 이미지로 연출해 두 가지 비주얼 모두를 광고컷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 정현 대리는 "타깃 소비자인 19~25세 여성 가운데서도 20대 초반까지는 귀여운 이미지를, 중반 이후부터는 섹시한 이미지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서우 씨의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 기심이 가득한 눈매 자체가 '블루오션'이라는 해석도 있다. 강유정 평론가는 "서우의 눈은 생물학적 나이와 무관하게 다양한 가능성을 표현한다"며 "똑부러진 팜 파탈이 주름잡던 90년대 여배우들과 달리 그는 잘못인지 모르고 잘못을 저지르는 악동의 이미지를 풍긴다. 이것이 지금껏 잘 보지 못했던 색다른 매력을 준다"고 말했다.

▶ 조합된 '메인스트림형' 외모는 복? 독?

부리부리하게 큰 눈과 오똑한 코, 오밀조밀한 입술에 날렵한 턱선까지…. 깎아 만든 구체관절 인형을 보는 듯한 서우의 이목구비는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너무나 완벽한 외모가 성형의 힘으로 완성됐다는 사실은 서우 스스로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뚜렷한 이목구비는 배우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연기자로서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조금 밋밋해 보이는 얼굴이 훨씬 장수할 수 있다. 인형 같은 얼굴은 조금은 쉽게 질릴 수 있는 만큼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연기를 보여줘야 할 부담을 지게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 외국계 광고대행사 국장은 "노골적인 성형 눈매, 코, 입술마저도 신세대들은 부정적이기라보다는 개성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신세대 성향상, 신세대의 이상향을 짜 맞춘 듯한 '완성형 외모'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뜻.

감 독과 신경전을 벌이던 중 공부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노트에 몰래 '저 여자(박찬옥 감독)정말 싫어'라고 쓰고 오락 프로에 출연해 다른 출연자들과 잡담할 정도로 대담한 그의 신세대적 행보도 '엉뚱하지만 쿨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원 평론가는 "대중의 취향에 맞춰 '메인스트림형'으로 짜 맞춘 듯한 얼굴과 몸매는 사실 몇 번 쓰다 소모될 것 같은 이미지였지만 이런 전형성 역시 예술지향적 작품 선택, 그에 맞는 연기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서우의 미래는 여전히 물음표다. 아직까지는 작품운이 좋았을 뿐이고, 깊은 연기 고민 덕분이라기보다는 남다른 눈치와 센스 때문에 칭찬 받는 신인이 됐다는 인색한 평가도 있다.

6개월 만에 5개의 CF를 꿰 찰 수 있었던 행운 역시 차기작의 성공 여부에 따라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 전문가들은 말하다. 그는 아직 출연작 없이도 광고 효과를 내는 김태희, 이나영, 전지현 같은 톱A급 모델은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그의 미래에 대한 물음표 옆에는 늘 느낌표가 함께 따라다닌다. 다수의 평론가들과 제작사 관계자들은 여전히 그를 "전도연 같은 성장형 배우" "심은하처럼 은퇴만 선언하지 않으면 '롱런'할 배우"라고 극찬한다. 심영 이사는 "아직 제작자들이나 대중에게 무조건적 신뢰를 줄 정도는 아닌데도 막연히 큰 기대를 걸고 싶어지는, 꼭 한 번 같이 일해보고 싶은 배우"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신데렐라 언니'의 계모에게만 여전히 '뜯어먹을 게 많은' 존재가 아니다. 충무로도, 여의도도, 광고계도 또 대중도 그를 알고 싶고 뜯어보고 싶어 한다. 대어(大魚)로 성장하고 있는 자신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아닌 그의 몫이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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