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 마지막 4라운드 경기는 한국 골프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남자골프의 새로운 유망주 김대현(22·하이트)과 2년 연속 KPGA 투어 상금왕 출신의 배상문(24·키움증권), 그리고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최경주(40)가 펼친 우승 경쟁은 불꽃을 튀겼다.
결과는 배상문의 우승으로 끝났다. 22언더파와 19언더파.
결과만 놓고 보면 배상문의 완승처럼 보이지만 내용면에선 그렇지 않았다. 1번홀 시작부터 마지막 18번홀이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박빙으로 치닫던 7번홀(파5). 3타 차 선두였던 김대현은 이 홀에서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 우측으로 날아가다 벙커 뒤 러프에 떨어졌다.
볼이 떨어지는 지점으로 봤을 때 멀리 도망갈 확률은 높지 않았다. 또 주변으로 OB구역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충분히 볼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볼은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김대현은 이 홀에서 한꺼번에 2타를 잃었고, 이 홀에서 까먹은 2타는 우승의 주인공을 바꿔놓았다.
아쉬운 건, 운영의 묘다.
김대현과 배상문, 최경주가 3라운드까지 나란히 1,2,3위를 유지하면서 마지막 날 최상의 조편성이 이뤄졌다. 하지만 대회운영위원회가 모처럼 펼쳐질 명승부를 미리 예상했더라면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어야 했다.
포어캐디(경기 중 볼을 찾아주기 위한 보조원)를 두는 것도 어려운 게 아니다. 전 홀에 배치하기 힘들다면 최소한 챔피언조를 따라다니는 3~4명의 전담 포어캐디만 배치했어도 이와 같은 일은 방지할 수 있었다.
주최사나 주관하는 단체는 선수들이 최상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마스터스나 브리티시오픈 같은 대회가 권위를 자랑하는 데는 규모와 전통 뿐 아니라 최상의 대회운영이 있기 때문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