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남장현기자의 오스트리아리포트] “한국기자가 왜 얼쩡거려?” 그리스 캠프 잠입 취재

입력 2010-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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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바트 가라츠의 특급 호텔에 묵고 있는 그리스 선수들이 사이클을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사진 위) 숙소 뒤편 야외 수영장에서는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스위스 바트 가라츠의 특급 호텔에 묵고 있는 그리스 선수들이 사이클을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사진 위) 숙소 뒤편 야외 수영장에서는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한국언론의 최초취재 험난
호텔직원에 수차례 쫓겨나
레하겔감독 방서 전력분석
선수들은 수영장서 일광욕
“코리아 잡아야 16강 간다”


오스트리아 알타흐에서 리히텐슈타인을 거쳐 40분쯤 차로 달려간 스위스 남동부의 휴양 도시 바트 라가츠. 인구 2만 가량의 온천지로 유명한 이 도시는 소설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다리 아픈 소녀 클라라가 요양한 곳이다. 기자가 이 곳을 찾은 이유는 그리스대표팀이 캠프를 차렸기 때문이다.

한국은 남아공월드컵에서 그리스와 1차전(6월12일)을 갖는다. 사전 정보는 전혀 없었다. 어디가 훈련장이고, 어디가 숙소인지 알지 못했다. 무작정 찾아나선 터라 막막하기까지 했다.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취재를 갔기 때문에 흥분과 두려움이 교차했고, 한편으로는 직업의식도 발동했다. 어떻게 해서든 베일에 가려진 그들의 훈련 모습이나 숙소를 파악하고 싶었다. 일단 도심 고급 카페에서 노부부에게 들은 정보를 토대로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특급 호텔 촌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5성급 호텔 3개가 있었다. 그리스 선수단은 이 중 한 호텔 별관에 머물고 있었다.

24일 오전 8시(현지시간). 선수들 기상 시간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다. 무작정 기다렸다. “여기가 아니다”는 호텔 직원에게 쫓겨난 것도 부지기수. “왜 이곳을 서성이느냐”는 그들과 말다툼도 했다. 정오쯤 되자 스태프와 선수들, 그리스 기자들과 마주쳤다. 그들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그리스대표팀 오토 레하겔 감독은 훈련 이외에는 호텔 밖으로 나가는 일은 절대 없고, 요즘엔 비디오 분석에 열중하고 있다는 정보였다. 이날도 레하겔 감독은 한국 관련 영상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난 그리스 관계자들은 대부분 한국을 높이 평가했다. 자전거를 타던 골키퍼 알렉산드로스 초르바스(28·파나시나이코스)와 수비수 흐리스토스 파차초글루(31·AC오모니아)는 B조 전망을 묻자 엄지를 치켜세우며 “올 코리안 이즈 더 베스트(All Korean is the Best)”라면서 “한국을 꺾어야 우리가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고 했다. 골키퍼 전담코치 그레고리도 “현재 우리는 30명 예비 엔트리에서 25명까지 줄였다. 그리스의 탄탄한 수비와 아시아 예선에서 보인 강한 한국의 공격력이 격돌할 때 어떤 결과를 낼지 흥미롭다”고 말했다.

선수단 숙소 입구를 촬영하던 그리스 방송 헬라스TV 이오시프 프로토게라키스(49) 기자도 한국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리스에는 현재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베스트 전력의 나이지리아는 매섭지만 팀 내 어려움이 있어 솔직히 아르헨티나와 한국이 예선을 통과할 것 같다”며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바트 라가츠(스위스)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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