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돌이’ 이영표(33.알 힐랄)의 맨마킹 능력은 국가대표 선수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다. 몸집은 작지만 몸동작이 날렵해 상대 오른쪽 측면 공격수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영표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때 세르지오 콘세이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이후 이탈리아와 스페인전에서 각각 잔루카 참브로타와 호아킨 등을 막으며 물샐 틈 없는 수비를 선보였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에도 살리푸(토고)와 플로랑 말루다(프랑스) 등을 꽁꽁 묶었다.
특히 지난 12일 그리스와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예선 1차전에서는 자신보다 신장이 14cm나 큰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의 공격을 한 박자 빠른 수비로 막아내 승리에 일조했다.
이번에는 이영표에게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 공격의 핵 리오넬 메시 봉쇄령이 내려졌다.
14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러스텐버그에 위치한 대표팀 숙소인 헌터스레스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
이영표는 메시 봉쇄법을 묻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메시가 높은 골 결정력과 많은 찬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르헨티나에는 메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이 톱클래스 선수들이기 때문에 수비수 입장에서 모든 공격수를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헨티나와 이기려고 싸우냐, 비기려고 싸우냐’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길 수 있다면 이기고 싶다”며 “축구는 0-0에서 시작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강팀이라고 해서 이점을 안고 경기하지 않는다. 이길 가능성은 적겠지만 충분히 동등한 입장에서 경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표는 대표팀에서 상대팀을 분석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알려져 있다. 상대 전술, 맨마킹 선수,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 등을 미리 모두 꿰뚫어 실전에서는 길목을 차단해 버린다. 대표팀의 관계자에 따르면, 그리스전을 앞두고 다른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때 혼자 비디오를 보며 분석을 하기도 했다고. 심지어 그리전이 끝난 뒤에도 김세윤 비디오 분석관이 찍은 영상을 다시 봤다.
이영표는 “상대팀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시 우리 팀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잘된 점은 극대화를 시켜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영표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쉼 없이 이뤄지는 압박을 비롯해 공간창출, 빠른 역습, 공간을 주지 않는 것 등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보여줬던 한국축구 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그가 언급한 내용.
마지막으로 이영표는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이 아르헨티나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느꼈다. 특히 한국은 스페인이 가지지 못했던 5~6번의 득점 기회도 만장T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100% 발휘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러스텐버그(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