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토털 사커’ 포기 ‘이기는 축구’로 승승장구

입력 2010-07-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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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본선 전승으로 결승행 원동력은?
“한 골 넣으면 잠근다”…뒷문 철저히 단속
“오직 실력”…과감한 감독 용병술도 한 몫
철저한 실리로 무장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32년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7일(한국시간) 케이프타운 그린 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전에서 전반 18분 판 브롱크호스트, 후반 25분 스네이더르, 28분 로번의 연속 골에 힘입어 전반 41분 포를란, 종료 직전 페레이라가 한 골씩 만회한 우루과이를 3-2로 꺾었다. 이로써 이번 결승전은 유럽 팀끼리 열리게 됐다.

‘전원 공격-전원 수비’로 대변되던 ‘토털 사커’를 과감히 포기하며 예의 화끈한 색채는 없어졌으나 조직력과 수비를 철저히 강조, 정상 등극을 노리게 됐다.

○‘재미’ 대신 ‘이기는 축구’

그간 네덜란드는 화려한 공격력을 강조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74년과 78년 월드컵 2연속 준우승이 최고 성적. 뒷심 부족으로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져 ‘빛 좋은 개살구’란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화려하진 않아도 톱니처럼 맞물리는 끈끈한 조직력과 튼실한 디펜스를 구축해 뒷문부터 철저히 단속했다. ‘한 골 내주면 두 골을 넣는’ 대신 ‘한 골 넣고 잠그는’ 스타일을 고수했다.

유럽 지역 예선에서 8전 전승, 대회 조별리그에서 네덜란드는 3전 전승을 거뒀으나 내용은 흥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빈공 끝에 간신히 1-0으로 승리한 일본과 2차전은 가장 재미없었던 승부 중 하나.

특유의 4-2-3-1 포메이션으로 판 브롱크호스트-마티아센-헤이팅아-불라루즈의 포백 수비는 가장 견고했다. 공격은 원톱 판 페르시와 스네이더르에 맡긴 채 전방위적인 프레싱을 가해 상대가 쉽게 볼을 잡을 수 없도록 했다.

여유로운 플레이도 네덜란드의 강점. 절대 급하게 올라서지 않았다. 천천히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공간을 서서히 죄어갔고, 확실한 침투 루트가 확보될 때만 공격을 했다.

득점력보다 수비가 강한 네덜란드는 분명 낯선 게 사실이지만 그네들의 실용적인 축구 스타일은 실리라는 측면에서 호평받기에 충분하다.

○감독의 용병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명성에 얽매이지 않는다. 과거 이력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오직 현 시점 컨디션에 따라 출전 여부가 가려진다. 몸이 좋지 않자 당대 최고 스타인 뤼트 판 니스텔루이(함부르크)를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한 게 대표적인 예.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으로 틀을 구상한다. 끊임없는 경쟁 구도로 선수단에 적절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누구든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한다면 가차 없이 회초리를 빼어든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명성이 높은 편은 아니다. 스타 출신도 아니다. 90년대 들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페예노르트(네덜란드) 등에서 경험을 쌓았지만 큰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컵 1회 우승과 네덜란드 리그 1회 우승이 가장 좋은 성적.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2008년 8월 사임한 마르코 판 바스턴 전 감독에 이어 네덜란드 수장에 오른 그는 네덜란드에 사상 첫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안기려 하고 있다. 만약 네덜란드가 정상에 오르면 예선과 본선에서 전승으로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각에선 네덜란드의 월드컵 행보가 상대적으로 쉬웠기 때문이라고 폄훼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재미를 주는 게 아닌 이기는 게 가장 좋은 축구”라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지론이 먹혀들었다는 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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