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로 뻗어나가는 타구에도 너클볼과 포크볼이 있다?
투수가 던지는 공과 마찬가지로 타구에도 구종이 있다. 타자가 잡아당긴 공은 훅(hook)으로, 밀어 친 공은 슬라이스(slice)로 휘어져나간다. 그래서 외야수들은 변화 각까지 감안해 포구위치를 선정한다. 오랜 경험이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수준급 외야수들도 당황하는 구종이 있다. SK 김강민(28)은 “너클볼처럼 (‘지그재그’ 손 모양을 그리며)좌우로 떨리면서 오거나, 포크볼처럼 아래로 뚝 떨어지는 타구도 있다”고 했다. 너클볼성 타구는 투수가 던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타구에 회전이 거의 없어서, 대기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공이 요동친다. 공이 대자연에 몸을 맡김으로써, 인간의 인식 틀로는 경로예상이 어려워진 셈이다. 포크볼성 타구 역시 회전이 적기는 마찬가지.
이런 타구를 잡아야 하는 외야수의 심정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레알 마드리드)의 무회전 프리킥을 상대하는 골키퍼와 같다. 베테랑 외야수 박재홍(37·SK)은 “무회전 타구의 경우,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범위의 공도 뒤로 빠뜨리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면서 “팬들은 ‘왜 쉬운 타구를 놓쳤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사연이 있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무회전 타구는 어떻게 생길까? 김강민이 “무회전 타구가 많은 선수”라고 지목한 김재현(35·SK)은 “한 마디로, ‘완전히’ ‘제대로’ 잘 맞아서”라고 답했다. 무회전 타구의 첫 번째 조건은 ‘공의 윗부분도, 아랫부분도 아닌 정중앙이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을 것.’ 두 번째 조건은 ‘타이밍이 조금 빨라서 훅이 걸려도 안 되고, 조금 늦어서 슬라이스가 걸려서도 안 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무회전 타구는 보통 중견수 방향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 넥센 김동수(42) 코치는 “투수 방향으로 배트를 던진다는 ‘느낌으로’ 칠 때 무회전 타구가 잘나온다”고 설명했다.
무회전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투구의 회전력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파워가 중요하다. 박재홍은 “힘이 좋은 용병 선수들 중에서도, 특히 타이론 우즈(41·전 두산)가 내야를 넘기는 타구 중에 무회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보통 무회전 타구는 단타성이 많다. 홈런성 타구는 이론적으로, 배트가 공의 약간 밑 부분을 때려야하기 때문. 하지만 일부 괴물타자들의 경우는 또 다르다. 넥센 외야수 유한준(29)은 “예전에 펠릭스 호세(45·전 롯데)의 타구는 당구로 치자면, ‘무시(당구공 정 가운데를 쳐서 무회전으로 가게 하는 것)’로 날아가는데도 홈런이 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