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과는 두번째 연기호흡 척 하면 착 이죠”
영화 ‘부당거래’에서 형사 역을 위해 경찰관들을 만나 그들의 은밀한 은어까지 대사로 쓸 정도로 철저한 ‘사전 준비’를 중시하는 배우 황정민.
치밀한 취재 쌓여야 캐릭터 폭 넓어져
시시콜콜 질문 던지고 은어까지 섭렵
“영화처럼 류승범과 기싸움 했냐고요?
NO! 자존심 싸움 하는건 진짜 바보짓”
“기싸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주연급 연기자가 여러 명일 때 그 제작현장에서는 심심찮게 배우들 사이에 벌어지는 신경전에 얽힌 ‘뒷담화’들이 들려오곤 한다.
저마다 누가 뭐래도 톱스타급 배우들인 만큼 자존심도 강해 이들의 작은 부딪침은 그리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그저 영화 현장에 머물고 있는 많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술자리의 안주감이 될 뿐이다.
배우 황정민은 이에 대해 “할 걸 해야지. 그래가지고서 연기가 되겠느냐”고 말한다. 그의 지론은 “연기는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어서 “상대배우의 기를 잘 받아 서로 상승작용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모두가 멋있게 보이는 것이니 다투는 것은 진짜 바보짓 아니냐”며 “극중 캐릭터로서 기”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화 ‘사생결단’ 이후 “척 하면 착 할 줄 아는 호흡”이 생겼다는 류승범(왼쪽)과 황정민.
이런 황정민의 이번 상대 배우는 류승범이다. ‘사생결단’ 이후 새롭게 류승범과 ‘짝패’를 이룬 작품이 28일 개봉하는 ‘부당거래’(감독 류승완·제작 필름트레인)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란 이유로 늘 승진에서 소외당한 채 결코 정의롭지 못한 상황 속을 자처해 헤매는 광역수사대 형사 역을 연기한 황정민은 교활한 검사 류승범과 치열한 기싸움을 벌인다.
서로 지닌 약점과 비리를 감추기 위해 부당한 거래에 뛰어드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펼친 마당에서 황정민은 류승범과 “이젠 척 하면 착 할 줄 아는 호흡”을 이뤄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굳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이 필요 없는” 류승범과 “서로의 간을 보는 이야기”라고 이번 영화를 소개했다.
정작 현실 속의 자신은 “정확한 사람”이라는 황정민은 “좋은 건 좋다, 싫으면 싫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대 ‘포커 페이스’가 될 수 없다는 그는 소모적인 부딪침을 피하기 위해 “사전 준비 작업을 중요시” 여긴다. 현장에서 상대배우는 물론 감독 등 스태프와 함께 할 일이 많은 터에 사전에 정확히 준비 작업을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황정민은 이번에도 나름의 사전 준비에 충실했다. 형사 역을 맡은 만큼 실제 경찰관들을 만나 취재를 했다. 장면별 상황과 정서 등을 감안해 치밀하고 집요한 취재가 계속됐다.
“별 시덥잖은 질문까지 다 해봤다. 그들의 삶 자체를 물어본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더욱 넓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그는 그렇게 얻은 것들을 온전히 영화 속에 녹여내며 형사들만의 은어까지 대사로 썼다. 황정민은 차기작인 ‘모비딕’에서도 사회부 기자 역을 맡게 되자 실제 기자들을 만나 그들만의 세계에 대해 꼼꼼히 체크하고 조사했다.
그런 치밀함이 오늘의 ‘배우 황정민’을 만들어냈다. 스크린을 통해 비치는 그의 모습이 사뭇 리얼한 것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다. 정확한 사고와 치밀한 계산이 켜켜이 정밀한 받침대를 쌓아두었으니 그 위에 얹혀지는 연기란 사실적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사실성은 때로 자극적 현실의 반영으로 비칠 수도 있다. 영화가 현실의 반영이라면 그는 지금 넘쳐나는 온갖 자극성과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황정민은 “그런 영화가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며 그 때문에 ‘부당거래’를 신작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 선택의 과정에서 가장 큰 후원을 하는 사람은 바로 그의 아내다. 그리고 가족이다.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절대 날 향해 손가락질하지 않을 사람이 아내이지 않겠느냐”며 “가장 친한 친구”로서 부인과 5살배기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필름 트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