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등번호는 제2의 이름 이상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빛 사냥을 노리는 야구대표도 전체 24명 중 20명이 소속팀에서 달았던 번호, 자신의 상징 또는 분신 그대로를 유니폼에 새겼다.
자신의 원래 배번을 달지 못한 4명은 누구일까? 그리고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안지만(삼성)은 원래 28번을 달았지만 윤석민(KIA)과 똑같아 ‘에이스의 번호’ 1번을 택했다. 안지만은 31일 “어릴 때 키가 작아 항상 1번이었다. 다른 의미보다는 내게 가장 친숙한 번호”라며 웃었다.
임태훈(두산)은 유일하게 스스로 번호를 정하지 못했다. 임태훈이 김광현 대신 대표팀에 선발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유니폼 제작을 위한 배번 확인을 위해 수십 차례 전화를 했다. 그러나 임태훈이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잠을 자느라 연결되지 않았다. KBO는 어쩔 수 없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임태훈이 달았던 32번을 임의로 지정해 유니폼을 제작했다.
삼성에서 5번을 달던 조동찬은 ‘추신수 선배가 WBC에서 5번을 달던데’라고 지레짐작하며 7번을 택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달던 17번을 택했다. 조동찬은 “어찌됐던 행운의 번호 아니냐. 꼭 달아보고 싶던 번호다”라며 흐뭇해했다.
김강민(SK)은 국제대회에서 0번을 달 수 없어 그나마 모양이 가장 비슷한 9번을 택했다. 자기 번호를 쓰지 못해 아쉬울 법도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의미를 찾고 좋은 징크스로 삼은 ‘번호이동’ 4인방이다.사직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