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 사진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매 경기 상대성이 있다고 해도 북한과 1차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지동원(전남)을 원 톱으로 세워 4-2-3-1 형태를 이룬 홍명보호는 본래 멤버인 중앙 수비 홍정호(제주)와 오른쪽 풀백 신광훈(전북)을 투입해 한결 짜임새가 있었다.
이른 시간에 터진 득점이 전체 흐름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었다.
요르단은 예상대로 ‘잠그기’ 전략으로 나왔다. 수비를 강화한 팀을 꺾기 위해선 빨리 골을 넣을 필요가 있는데, 이런 면에서 요르단전은 성공이었다. 요르단은 실점 이후 공격적으로 나왔고,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릴레이 득점으로 연결한 게 승리 요인이었다.
전반 21분 구자철(제주)의 선취 골은 심리적 안정을, 전반 종료 직전 구자철의 프리킥 득점은 승리를 확정하는 축포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나온 김보경(오이타)의 추가 골은 토너먼트 라운드에 대비한 여러 가지 옵션 투입과 전술적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줬다.
일단 첫 골로 부담을 덜고 나니 우리만의 축구, 우리만의 색채를 낼 수 있었다. 특히 지동원이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골은 넣지 못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동원의 활약은 확실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K리그에서 많은 출전을 했던 게 지동원에게 자신감과 여유를 남긴 것 같다.
첫 골과 조영철(니가타)의 득점이 모두 지동원의 발끝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전에 투입된 박희성(고려대)보다 감히 나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일본 J리거들은 2% 부족했다. 사견이지만 김보경과 조영철도 나름 좋은 플레이를 했으나 서정진(전북)과 윤빛가람(경남) 등 국내파의 성장이 보다 돋보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주영(AS모나코)의 투입 이후 4-4-2로 전환됐는데, 어느 한 가지 포메이션만 준비해선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없다. 꼭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 닥치면 공격수 숫자가 늘기 마련인데 투 스트라이커 활용까지 짚어봤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수비진은 조금 아쉬웠다. 볼을 잡고 불필요하게 여유를 부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중력도 떨어지는 기색이 엿보였다.
몇 차례 요르단이 공세를 취했을 때를 살펴보자. 큰 점수차로 리드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칫 화를 불러올 뻔 했다. 상대가 속공으로 우리 진영을 좁혀올 때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요르단이 기회를 잡은 건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위기에 몰려 발생한 일이다. 팔레스타인과의 3차전은 무난한 승리가 예견되더라도 16강부터는 패배가 곧 탈락임을 잊지 말자.
대구 FC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