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이영표의 국가대표팀 은퇴로 2002월드컵 멤버 중 유일하게 남은 차두리는 은퇴 시기를 말하기 보다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1 아시안컵 바레인전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차두리. 스포츠동아DB
요즘 몸상태 최상…20대때 보다 굿
대표팀 가면 즐거워 웃음보 빵 터져
주장완장? 글쎄…박주영이 어떨까?
구자철·손흥민 실력보면 등골 오싹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빛나는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 10년이 흐른 지금, 국민들의 가슴 속에 아직도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지만 그 때 그 주역들은 대부분 현역에서 물러났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2011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하면서 ‘2002 세대’의 퇴장을 알렸다. 이제 남은 전사는 단 한명, 차두리(31 셀틱) 뿐이다.대표팀 가면 즐거워 웃음보 빵 터져
주장완장? 글쎄…박주영이 어떨까?
구자철·손흥민 실력보면 등골 오싹
그런데 차두리는 10년 전 보다 더 쌩쌩하다. 체력은 그대로인데 테크닉과 움직임, 시야 등은 늘었다. 그래서 지금이 전성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절친인 박지성과 이영표의 대표팀 은퇴에 대해 안타까움과 격려를 동시에 전한 차두리는 “아직 은퇴를 입에 올릴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요즘 굉장히 몸상태가 좋다”며 의욕을 보였다. 스포츠동아는 차두리의 스코틀랜드 출국(2일)에 앞서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 박지성 이영표 등이 대표팀에서 공식 은퇴했다.
“(박)지성이랑은 시대를 같이 했다. 2002월드컵 때 막내로 같이 시작한 사이다. 그런 그가 먼저 그만두니까 조금 슬프다. 이제 나도 곧 끝날 때가 됐나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다.”
- 스스로 생각하기에 몇 년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가.
“마음 같아서는 50까지 뛰고 싶다. 지금 난 굉장히 몸 상태가 좋다. 오히려 20대 때 보다 더 낫다. 안정되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당장 은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좀 그렇다. 중요한 것은 매번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뛰는 것이다.”
- 차기 주장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주장이라는 자리가 좀 부담을 갖는 것이 사실이고, 내가 생각하는 주장은 팀 내에서 뿐 아니라 축구팬들에게도 확실하게 인정을 받고 그런 선수가 해야 되는 거다. 팬들에겐 아직 모자라는 선수인 것 같다. 조용히 내 역할을 하고 싶다. 나이 등을 감안해본다면 (박)주영이가 중간쯤 나이 또래에서는 가장 적합한 것 같다.”
- 항상 밝은 표정인데, 대표팀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평소 성격인가.
“평소에 많이 웃는다. 웃는 걸 좋아하고. 또 대표팀에 들어가면 즐겁다. 대표팀 자체가 큰 꿈이고, 목표인데 거기에 들어가서 큰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기쁨이다. 선후배들과 경기 준비하고, 나가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겁다. 그것이 밖으로 표현이 되는데, 즐기고 싶다. 부담이 크지만 거기에 너무 억눌리고, 딱딱하면 자기 경기력이 안 나올 것이다. 매일 감사하면서 뛰어다닌다.”
- 이번 아시안컵에서 대인배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과찬이다. 대인배까지는 아니다. 바레인전 상황은 안 좋았던 경험이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당시 차두리는 자신에게 침을 뱉은 바레인 선수가 경기 후 유니폼 교환을 교환해 화제가 됐다). 사고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그 때 경험(2002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와의 평가전 때 자신이 좋아한 선수와 유니폼 교환을 제의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을 통해 어찌 보면 약자로 하긴 그렇지만 잉글랜드 보다는 한국이 후진국이었고, 바레인은 한국 보다는 후진국이다 보니까 약자 입장에서 그런 아픔을 겪어봤기에 가능했다.”
- 손흥민 지동원 구자철 등 신예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싶나
“진짜 깜짝 깜짝 놀란다. 가끔은 그 후배들이 28∼29세는 된 것 같다. 그네들이 10대라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정말 몇 년 후에는 어마어마하게 무서워지겠다는 생각이다. 정말 뿌듯하다. 기량뿐 아니라 너무너무 인간성이 좋은 아이들이다. 소위 까진 애들이 아니다.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선배들에게도 최선을 다한다. 그걸 축구팬들이 느꼈던 것 같다.”
- 구자철이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조언을 해준다면
“분데스리가는 좋은 리그다. 경기력도 그렇지만 팬이나 시설 등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다. 사실 자철이가 입단하기 앞서 통역을 해줬다. 카타르에서 볼프스부르크 스카우트랑 통역을 해줬는데, 볼프스부르크가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동양 선수들은 항상 열심히 하고, 감독에게 잘 하고 있는데, 그런 것을 기대하더라. 구단이 원하면 선수에게는 큰 힘이 된다.
좋은 팀이고, 좋은 선수도 많은 팀인데, 빨리 적응해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 소셜네트워크에 굉장히 강한 선수다.
“글쎄. 전에는 굉장히 닫아놓고 살았다. 인터뷰도 싫어했고, 노출되는 것을 꺼려했다. 근데 어느 순간, 경험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고, 내가 그런 경험을 전해주면 그것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좋은 사고방식으로 바뀌면 좋을 것 같아서 인터넷을 한다. 전에는 두려워했지만, 요즘에는 조금 어린 사람들이 뭔가 느끼는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판단되면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다.”
- 유독 광고를 많이 하고 있다. 광고주들한테 특별한 뭔가를 어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섭외가 오니까 광고를 찍는 거다. 다들 잘 봐주셔서 감사한다. 멋있는 광고는 없고 웃기는 광고가 대부분인데, 그래도 사람들이 그걸 보고 즐거워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