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K리그 숨은재미찾기] 축구팬은 기록보다 스토리에 목 마르다

입력 2011-03-0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축구기자 제언

3. K리그 감동문화 절실
“K리그? 재미없잖아. 그냥 대표팀 A매치만 보면 축구 팬이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였다. 서글프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K리그를 찾지 않는다고 무작정 비난의 시선을 던질 필요는 없다. 분명한 것은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축구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몇몇에게 물어봤다. 경기장 방문은 고사하고 어째서 K리그를 보지 않는지. 돌아온 답은 거의 비슷했다. ‘재미없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딱히 흥미를 주는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없다고, 소위 ‘읽을거리’가 적다고 했다.

사실 ‘K리그에 스토리가 없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자주 나왔다. 실제 축구는 기록에 의존하는 스포츠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한 가지 관전 포인트가 될 뿐이다.

서포터가 아닌, 일반 팬들에게 ‘누가 어디서 누구의 패스를 받아 어떻게 득점 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이들이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성장해 저 위치에 섰는지가 더 궁금하다.

그런데 환경은 그렇지 않다. 언론과 팬들이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공간적 기회가 극히 부족하다. 스타를 자주 노출시키고, 이를 통해 팬 심(心)을 사로잡아 경기 티켓을 팔고, 광고를 유치해 자금을 모아 다시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기본적인 순환 기능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하기야 스타는커녕, 평이한 신인들도 팬과 언론의 자유로운 접촉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기에 긍정적인 면이 부각될 수 없는 노릇이다. 스토리의 부재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각 구단들이 ‘K리그가 위기’라는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최근 부산 안익수 감독이 클럽하우스 1층을 개조해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하는 ‘소통의 장’으로 만든 건 칭찬할 만 하다. 대부분이 “팬들을 매료시키겠다”고 공허한 외침을 던질 뿐, 정작 실천에 옮기는 사례는 드물었다. 팬을 자주 만날 수 없다면 매스컴이라도 잘 이용해야 한다.

억지로 감동을 줄 수는 없다. 팬들의 호주머니 돈을 강제로 빼낼 수도 없다. 지금이라도 팬들의 가슴에 따스함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