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범위 부처별 공방
여성학회 “과몰입 방지 긍정 평가”
입법학회 “청소년 게임 계속할것”
설문 결과도 상반돼 혼란만 가중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일명 ‘강제적 셧다운제’를 놓고 관련 부처와 업계, 학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강제적 셧다운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쪽과 실효성이 없다며 실질적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여성학회 “과몰입 방지 긍정 평가”
입법학회 “청소년 게임 계속할것”
설문 결과도 상반돼 혼란만 가중
● 모바일도 셧다운제? 관련 부처 갈등
셧다운제를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양 부처는 지난 2009년부터 셧다운제 법안을 놓고 대립해 왔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선택적 셧다운제’를 도입하려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가 ‘강제적 셧다운제’를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추진, 이중 규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두 부처는 이후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지난해 말 제한된 연령 범위의 강제적 셧다운제를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셧다운제 방식을 놓고 갈등을 겪어왔던 두 부처는 최근 적용 범위를 놓고 또 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모바일 게임도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 된다는 의견을 밝힌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셧다운제 적용대상을 PC온라인 게임에 한정해야 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 도대체 어느 조사가 맞는 거야?
설문 조사 결과도 상반돼 혼란을 낳고 있다.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가 지난해 7월 학부모 316명, 교사 320명, 청소년 370명(총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 이상이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으로 게임 과몰입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교사 72.3%, 학부모 61.8%, 청소년 45.3% 등이 셧다운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입법학회가 올해 초 학부모 1000명과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정반대 결과를 보였다. 응답 청소년의 46%가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돼도 계속 게임을 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인터넷상의 다른 콘텐츠라도 이용하겠다’고 응답한 청소년도 48.4%를 차지했다.
● 기술적 조치 우선돼야
강제적 셧다운제를 놓고 관련 부처와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셧다운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 게임 과몰입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지만 강제적 셧다운제가 효과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덕주 경희대 교수와 신홍균 국민대 교수가 7일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도 강제적 셧다운제가 효율적 제재 수단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 비용 대비 편익값은 0.41∼0.88로 나타났다. 비용 편익값은 특정 정책에 대한 편익을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보다 작을 경우 비용 대비 편익이 작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를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면 안된다”며 “게임 과몰입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선 게이머 스스로 플레이를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피로도 시스템 등 기술적 조치가 우선 돼야한다”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