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고 던졌더니 밸런스 살아나
승부처 실점도 큰 경험으로 남아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선발투수의 심정은 어떨까. 김성태(넥센·사진)는 지독한 감기에도 5일 목동 두산전에서 5.2이닝동안 4안타 3실점 8탈삼진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승리투수와의 인연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6일, 감기 때문에 김성태의 얼굴은 더 초췌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배웠다”며 미소를 지었다.승부처 실점도 큰 경험으로 남아
○전화위복된 감기…‘힘보다 밸런스’ 깨달음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지난 시즌까지 김성태는 힘으로 우겨 던지는 감이 있었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초점은‘힘 보다 밸런스.’ 마침 감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김성태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딱 2가지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첫 번째는 밸런스, 두 번째는 포수미트. “신기하게도” 힘이 빠져서 인지, 불필요한 근력이 들어가지 않았다. 상·하체의 조화가 잘 이뤄지니, 피로감이 덜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어깨부상 경력이 있는 김성태의 투구수를 100개 이하로 조절해 왔다. 김성태는 “100개 이상을 던졌는데도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그 전보다 힘이 더 남아있었다”고 했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 등 명투수들이 “밸런스만 맞으면, 공을 많이 던져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었다.
○공 한 개와 찰나의 승부
또 한 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SK 김성근 감독의 표현대로 하자면, 일구이무(一球二無). 김성태는 3-1로 앞선 6회 2사 1·2루에서 용덕한에게 2타점 2루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정민태 코치는 “슬라이더를 던지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김성태는 제일 자신 있는 구종을 믿었다. 결국 그 공 하나가 운명을 결정지었다. 김성태는 “순간의 승부, 공 한 개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배웠다”고 했다. 이제 겨우 올 시즌의 첫 발. 어엿한 넥센의 중심투수로 성장한 김성태는 매 경기 진화 중이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 @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