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작에 이어 감독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상주 상무가 K리그 퇴출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놓였다. 지난 5월 열린 K리그 워크숍에서 굳은 표정의 상무 소속 선수들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종원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상무-상주시-프로연맹 3자 회동…무슨 말이 오갔나?
① 원구단서 최저 생계비 보존해야② 억울한 판정 많아…심판 공정성
③ ‘늙은 선수’ 말고 우수선수 보내야“수사대상 오른 17경기 중 5회 관련
대부분 원 소속팀서 승부조작 많아”상주 상무 이수철(45) 감독이 ‘승부조작 및 공갈’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된 다음 날인 12일 오후. 국군체육부대장(상무) 김현수 준장과 안기헌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연고지 상주 이재철 단장 등 3인이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K리그 중단, 상무 퇴출 등의 여론이 들끓는 상황 속에 열린 만남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회의는 2시간 이상 진행된 가운데 상무는 3가지 요구 조건을 내걸며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아마추어 팀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의 분명한 입장
상무 입장은 분명했다. 연맹이 2003년 먼저 K리그 참가를 요청하고 승부조작이 불거지자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에 기소된 상당수 선수들이 상무 소속인 것은 맞지만 김동현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승부조작은 대전, 전남 등 원 소속 팀에서 이뤄진 경우가 더 많았다.
김현수 준장은 “다른 팀들이 상무에 질이 좋지 않은 선수, 실력이 부족하거나 나이가 제한연령(28세)까지 꽉 찬 선수들을 보내고 외면하지만 상무는 그들을 20개월 간 관리, 지원한 죄로 상황이 이 지경에 내몰렸다”고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연령 29세까지 입단할 수 있는 경찰청을 예로 들며 “계속 우수한 자원들이 빠져나가면 우리도 아마추어만 받는 게 낫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연맹과 K리그 구단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지금껏 단 한 차례도 해명을 듣지 못했다는 게 상무의 입장이다. 혐의가 있는 수사 대상 17경기 중 상무는 5회가 관련되어 있다.
상주 이재철 단장 역시 “상무 퇴출을 요구한다면 같은 잘못을 범한 다른 팀들에게는 어떤 잣대를 들이밀 것이냐”고 불쾌해했다.
○전 소속팀의 지원 요청
상무는 연맹에 몇 가지를 요구했다. ▲최저생계비 보장 ▲심판 판정 공정성 등이다.
최저생계비는 일종의 품위 유지 차원이다. 기존 연봉 25%를 지급하는 야구 등 타 프로 종목들과 비슷한 메리트를 부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상무 선수들 중 극히 일부만이 전 소속팀으로부터 용돈을 받는다. 대개 일반 병사처럼 10여 만 원 가량의 월급으로 생활하므로 금전적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상무는 또 순위 다툼의 변수가 될 만한 주요 상황에서 이뤄지는 심판 판정도 더욱 공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연맹은 선수들 생계비 지급, 심판 교육 등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