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정해성 감독(맨 오른쪽)은 최근 부인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된 딸 유미 씨의 신입교육 수료식에 참석해 모처럼 아빠 노릇을 했다. 사진제공|정해성 감독
딸 국제선 승무원 수료식 참석 눈시울
전남 정해성 감독은 18일 제주와 K리그 홈경기를 마친 뒤 다음날 오전 훈련이 끝나자마자 아내와 함께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얼마 전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승무원 시험에 합격해 신입교육을 마친 딸 정유미(23) 양의 수료식에 가기 위해서였다. 팀이 최근 치열하게 6강 다툼을 벌이고 있어 자리를 비우기 쉽지 않았지만 꼭 참석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정 감독이 지도자를 시작한 뒤 포항, LG(현 서울), 전남 등 5팀에서 코치를 하는 바람에 딸은 초등학교를 5번이나 전학 다녔다. 이후에도 정 감독은 K리그 감독과 대표팀 코치를 하며 딸의 초중고 졸업식에 한 번도 못 갔다. 졸업식이 늘 동계훈련기간과 겹쳤기 때문. 딸의 졸업 사진에 아빠 얼굴이 한 장도 없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하겠다고 오래 전부터 마음먹었다. 항공사에서도 승무원 부모를 대표해 정 감독에게 특별히 건배제의를 부탁했다.
정 감독 부부는 수료식에서 깜짝 놀랐다. 신입교육이 얼마나 엄격하고 강도가 높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딸은 또 부쩍 성장해 있었다. 늘 어린 줄만 알았던 딸의 의젓한 모습에 ‘호랑이’ 정 감독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정 감독은 처음으로 아내, 딸과 함께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
곧 정식으로 첫 비행을 떠나는 딸은 전남이 6강에 오르면 동료들과 꼭 응원가겠다고 아빠에게 약속했다. 정 감독은 “딸과 사진을 찍는 데 마음이 짠했다. 딸의 응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꼭 6강에 오르겠다”고 웃음 지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