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어머! 남사스럽게, 이 남자들 뭐야?’…영화·예능 브로맨스 열풍

입력 2012-01-06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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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한 장면.

 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한 장면.

조수 존 왓슨의 약혼녀 메리를 질투하며 “나야, 메리야?”를 시시때때로 외치는 명탐정 셜록 홈즈. 파티 장에서 다른 여인에게 춤을 신청하는 홈즈를 보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왓슨.(‘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꼭 살아서 고향으로 가야해”를 외치며 일본인 친구 하세가와 타츠오를 등에 업고 험준한 설산을 넘는 조선인 김준식. 그런 그를 모성애 자극하는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타츠오.(‘마이웨이’)

▶남자들 간의 닭살 우정에, 여심 두근두근 떨려

최근 개봉한 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과 ‘마이웨이’의 한 장면이다. 두 영화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주드 로와 장동건-오다기리 조 등 훈남 배우들의 ‘수상한’ 팀워크를 내세워 여성 관객들을 흔들고 있다.

심지어 한 포털 사이트의 ‘셜록 홈즈’영화 소개 시놉시스에는 ‘왓슨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왓슨의 부인과 경쟁하는 홈즈 앞에 또 한번 세상에서 가장 명석한 두뇌를 증명할 과제가 주어진다’니 대놓고 남자들의 애정을 드러내 놓고 있다.

“어머, 이 남자들 무슨 관계야?”라고 외치기 쉽지만, 선을 넘는 섹슈얼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바로 남자들 간의 닭살 우정, ‘브로맨스(Bromance)’를 표방한 작품인 것.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인 브로맨스는 우정을 넘어선 남자들 간의 끈끈한 애정관계를 뜻한다. 2010년 영국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도 실린 신조어다.

‘브로맨스’는 BL물(Boys love)이라고 불리는 게이 만화-소설과는 다르다. 상반신을 노출한 홈즈가 날아드는 총알을 피하며 “왓슨, 이리 와서 눕게”라고 팔베개를 권하고, 왓슨은 못이기는 척 드러눕지만, 두 남자는 엄연히 사랑하는 여인네가 따로 있다.

노르망디 해변가에서의 8등신 두 남자, 장동건과 오다기리조의 재회는 뭇 여성 관객들의 눈을 호강하게 했다. 가만히 있어도 그림이 두 남자가 꽃 미소까지 날리며 ‘나 잡아봐라’놀이 하듯 해변을 달리는 모습이란….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브로맨스는 남성 관객에겐 수컷들만의 진한 동지애라는 판타지를 선사하고, 여성 관객에겐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며 “특히 꽃미남이 세트로 나오니,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마이 웨이’ 한 장면.

 영화 ‘마이 웨이’ 한 장면.



▶ 브로맨스의 원조는 역시 ‘미국 드라마’

사실 브로맨스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건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다. 셜록 홈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하우스’는 괴팍한 의사 하우스 박사(휴 로리)와 안하무인인 그의 뒤를 봐주는(?) 천사 같은 제임스 윌슨(로버트 숀 레오나드)의 조화로 현재 8기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미드의 꽃인 범죄 수사물에서도 브로맨스는 빠지지 않는다. ‘화이트 칼라’의 닐 캐프리(매튜 보머)와 피터 버크(팀 디케이)도 대세. 피터는 천재 사기꾼은 닐의 능력을 빌려 FBI 주요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범죄자와 형사라는 요상한 만남이지만 끈끈한 우정을 보여 급부상하고 있다.

또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셜록 홈즈의 영국 드라마판 역시 홈즈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존 왓슨의 마틴 프리먼의 달달한 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다.

▶ 브로맨스 열풍 국내에도 상륙…드라마, 예능 휩쓸어

미국 드라마의 훈풍을 타고 ‘브로맨스’ 코드는 최근 국내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방영중인 채널A 개국특집 드라마 ‘컬러 오브 우먼’에서는 화장품 회사의 까칠한 본부장 윤준수(재희)와 꽃미남 브랜드 매니저 강찬진(심지호)이 한 집에서 알콩달콩 동거하며 새로운 브로맨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종영한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는 차지헌(지성)-차무원(김재중) ‘차차 커플’을 탄생시켰다. 극중 사촌인 두 사람은 평소에는 기업 후계자 자리를 놓고 티격태격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위로해 줄게”라며 포옹해 안방 여심을 술렁이게 했다.

‘브로맨스 자생론’을 주장하는 측에 따르면, 2006년 방영한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국내 브로맨스의 원조라는 주장도 있다. 이민호(김혜성)와 김범(김범) 커플. 꽃미남 고등학생 두 명이 “범아~ 민호야” 라고 부르며 애틋한 시선을 나누는 모습은 여성 팬들을 함박 웃음 짓게 만들었다.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이 바람은 예능도 피해갈 수 없었다. 속칭 ‘무도빠’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 멤버들의 우정에 한 매체는 ‘센티멘털 브로맨스’라고 평하기도 했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노홍철, 길 등 일곱 남자가 아옹다옹 다투다가도 마무리에 가선 훈훈한 우정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을 이끌어 왔다.

또 최근 대세인 SBS ‘런닝맨’에서는 ‘우리형’ 김종국과 ‘내동생’ 하하의 닭살스런 형제애도 빼놓을 수 없다. 지석진과 이광수 역시‘新덤앤더머’ 커플을 결성했다. 조금 모자란(?) 두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조화는 큰 웃음을 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11년 방송사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 상 후보로 남남(男男) 커플이 오르기도 했다. 비록 수상은 불발했지만 KBS ‘브레인’의 이강훈(신하균)과 김상철(정진영), SBS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한석규)과 무휼(조진웅)이 후보에 올랐다. 또 연예대상에서는 MBC ‘무한도전’의 박명수와 정준하가 커플상을 받았다.

‘브로맨스’ 열풍에 대해 정석희 대중문화 칼럼리스트는 “성(性)을 떠나, 인간관계를 재미있게 그려내 유쾌하다”며 “여성들의 과도한 우정은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반면 남자들의 우정은 ‘여기까지만!’이라는 암묵적인 선이 있다. 브로맨스 역시 인간적인 믿음이 바탕에 깔린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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