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 유아인 “솔직하지 못할 때 수치심 느낀다”

입력 2012-06-08 09: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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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 사진제공|스타케이 엔터테인먼트

“전 언제까지나 솔직하고 싶어요. 솔직하지 않은 부분에서 수치심을 느껴요. 아주 작은 거짓말을 하는데도 굉장히 힘들고, 제가 무너져요. 배우는 거짓말을 해야 되는 직업인데 그게 원죄인 마냥 저를 편안하게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배우 유아인(26)은 솔직했다. 동시에 열정적이고, 개성이 강하고 자유로웠으며, 생각이 깊었다. 냉정함과 섬세함도 느껴졌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감정을 어떻게 한꺼번에 표출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유아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저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 줄 뿐”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함을 통해 저만의 운동장을 확장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나쁜 것을 보여 줄 때도 있고 그래요.”

그래서일까 유아인은 “연기하는 게 ‘징그러운 느낌’이라고 생각한다”며 “멋있는 척 하지 않는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연기를 할 때도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이런 맥락에서 유아인은 “SBS 드라마 ‘패션왕’ 에서 맡은 ‘강영걸’이 멋있는 척 하지 않는 인물이라서, 뭔가 매력적인 구석이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부진한 시청률과 주인공의 죽음, 얽히고설킨 로맨스로 시끄러운 여운을 남기고 종영했지만 유아인은 “스스로 연기에 대해 또 작품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 “시청률 아쉽죠. 하지만 ‘실패했어’ 이런 느낌이 아니라 ‘도전했어’ 라는 만족감이 들어요.”

-SBS ‘패션왕’ 에서 마지막에 강영걸이 죽었는데, 이 장면을 두고 얘기가 많았어요. 보통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죽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마지막 장면은 뉴욕에서 미리 촬영했기 때문에 죽는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모르겠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강영걸이 죽었기 때문에 더 편한 게 있는 것 같아요. 배우는 드라마가 끝났음에도 자신이 맡은 배역의 삶을 다 끌어안고 살아요. 그런데 ‘강영걸’이 죽었기 때문에 쉽게 털어버릴 수 있었어요. 배역이 살아있는 채로 드라마가 끝나면 여운이 남으니까요.”

-극 중 신세경과 이뤄질 듯 말 듯, 복잡한 러브라인을 형성했어요

“가영(신세경)이랑 이렇게 복잡한 러브라인 관계가 형성될 줄 몰랐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은 강영걸이 사랑이 뭔지 깨우치지 못한 상태에서 후반에 가서야 사랑을 깨우치는 그런 얘기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얽히고설킬 줄은 몰랐어요.”

-시청률 면에서 아쉬움은 없는지?

“아쉬움이 있어요. 그런데 저한테 영향을 끼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그러나 시청률이 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강영걸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고 또 매력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실패했어’라는 느낌이 아니라. 그래도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했다’, ‘도전했다’는 느낌이 있어요.”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스타케이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이름이 ‘패션왕’ 인데 패션 얘기는 없고 사랑이야기만 있다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저도 어떤 댓글을 봤는데, 한국 수사드라마는 수사하면서 사랑하는 얘기, 의학드라마는 의학치료를 하면서 사랑하는 얘기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한국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소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패션에 대한 열정이나 패션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면들이 아니라 패션 비즈니스를 집중적으로 다뤘다는 점은 좀 아쉬워요.”

-혹시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로맨틱 코미디? 제가 대답하고도 좀 의외네요. 하지만 결국 안 하게 될 것 같은데, 맘먹고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밝고 유쾌하고 요즘 애들 같은 모습도 가지고 있어요. 사실 이번 드라마 ‘패션왕’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못 보여줘서 아쉬움이 남아요.”

“그런데 ‘로맨틱 코미디’에서 연기하는 건 살짝 징그러운 느낌이에요. 로맨틱 코미디에서 나오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진짜 같지는 않잖아요. 어렸을 때는 그런 게 싫었는데, 이제 와서는 굳이 안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어질러진 마음 정리하기 위해 글 쓰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은 더 확장되고 그런 반복인 것 같아요.”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뭐 글 쓰고, 그 놈의 글. 친구들 만나고 그래요.”

-영감은 어떻게 얻는지?

“영감이라고 할 것 까진 없어요. 하지만 요새는 영감을 얻어서 쓰는 것 같아요. 매일 청소를 해도 방은 어질러 지잖아요. 생각의 장소, 우리의 마음도 매일 어질러 지고 그래서 글로 정리하고. 근데 방은 점점 더 넓어지고, 생각이 더 확장되고 또 그걸 정리하겠다고 글을 쓰고, 그런 반복인 것 같아요.”

-자유 분방한 모습 때문에 ‘나쁜 남자’라는 오해를 받지는 않는지?

“뭐 그렇게 대단히 나쁜 남자는 아니에요. 저는 솔직한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는데 두렵기도 해요. ‘저기 나가서 거짓말을 해야 된다면 나가지 않을거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애인 있어요? 라고 물었을 때 만약 그 당시 내가 애인이 있다면 없다고 하는 게 정답이잖아요. 전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것도 싫어요. 배우라는 유아인 보다 나 엄홍식이라는 사람이 중요하니까. 그게 제 자존감을 무너뜨리니까요.”

“전 언제까지나 솔직하고 싶어요. 솔직하지 않은 부분에서 수치심을 느껴요. 아주 작은 거짓말을 하는데도 굉장히 힘들어요. 내가 무너지는 것 같아요. 배우는 거짓말을 해야 되는 게 직업인데, 그게 원죄 인 마냥 나를 편하게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동아닷컴 홍수민 기자 sumi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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