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 ‘만다라’

입력 2019-05-1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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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다라’

1919년 10월27일 ‘의리적 구토’ 이후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는 수많은 걸작을 선사해왔다. 대중의 감성을 어루만지며 감동과 웃음과 눈물을 안겨준 대표적 작품들이 여기 있다. 창간 11주년을 맞은 스포츠동아가 감독, 제작자, 평론가 등 100인의 영화 전문가에게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을 꼽아 달라고 요청해 얻은 답변이기도 하다. 이를 시대순으로 소개한다.

승려 출신 김성동 작가 소설 극화
두 승려 통해 번뇌와 깨달음 표현
임권택 “죽어도 내가 찍고 싶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낸 영화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그 많은 작품에서 매번 새로움을 보여준 훌륭한 예술가”라고 임권택 감독을 가리켰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1981년작 ‘만다라’야말로 임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영화 ‘만다라’는 승려 출신인 작가 김성동의 소설을 극화한 작품이다. 젊은 스님 법운(안성기)과 세속의 때에 찌든 듯, 초탈한 듯한 스님 지산(전무송)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들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진리에 이르는 길을 서로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영화는 끊임없이 몰려오는 욕망과 번뇌를 딛고 깨달음을 얻으려는 두 승려의 동행을 통해 가장 치열한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임권택 감독은 2010년 영화평론가 김영진(명지대 교수)과 나눈 인터뷰(한국영상자료원, ‘영화천국’)에서 “원작을 읽으면서 죽어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이에요 그게. 승려사회를 찍고는 있지만 계율 밖에서 살고 있고 계율 안에서 몸부림치는, 나 자신도 대충 사는 것에서 벗어나면서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승려의 얘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기 삶의 완성을 향해 가는 게 참 아름답구나,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죠”라고 말했다.

그만한 열의로 영화를 완성한 임 감독은 이를 통해 마침내 ‘작가’의 칭호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만다라’는 이전의 ‘임권택’과 이후의 ‘임권택’을 가름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한국영화사에 기록되고 있다.

이는 1979년 ‘신궁’으로부터 시작된 정일성 촬영감독과 호흡의 힘이기도 하다. 정 감독은 지산과 법운의 동행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서정적인 사계절의 풍광을 잡아냈다. 특히 두 승려가 진흙과 눈길의 경계인 가로수길을 걷는 장면은 “번뇌와 깨달음, 삶과 죽음, 윤회와 해탈의 경계를 상징”한다고 한국영상자료원은 설명하고 있다.

안성기는 영화의 주연으로서 그해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임권택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하며 탁월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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