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없는 대학생에게 연리 20% 고리대출

입력 2015-04-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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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의 광고는 대부업체들의 광고와 유사하다. ‘신용등급 10등급도 무조건 대출’이라는 식으로 소득 취약층을 공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심코 대출했다간 가계파산까지도 불어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 3. 신용등급 10등급도…소득 없어도…무조건 대출 마케팅의 함정


간판만 저축은행…은행의 탈을 쓴 대부업체

이름만 저축은행일 뿐 영업행태는 대부업체와 다를 게 없다. 1년여 전,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영업을 허용하면서 금리인하 효과를 언급했지만 대부업체 계열의 저축은행들은 여전히 약탈적 고금리 대출을 일삼고 있다. 자극적인 광고를 통한 무차별 공격마케팅의 대상이 돈 없는 서민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은행의 탈을 쓰고 서민을 멍들게 하는 ‘대부업체 저축은행’을 파헤친다. <편집자주>


대부업체 마케팅 그대로 TV광고 물량공세
대학생 신용대출로 유혹해 고금리 빚더미
신용등급 10등급도 무방문 전화대출 공략
단기적금상품 금리도 다단계 비슷한 꼼수



사례1. 지난해 7월 OK저축은행에서 새 정기적금 상품을 출시했었다. 4.3%의 금리를 제공하는 ‘OK끼리끼리 정기적금’이었다. 계약기간은 12개월에 가입금액은 10만원 이상 100만원 이하. 1인1계좌만 보유할 수 있었다. 그런데 4.3%는 기본 금리가 아니라 최고 금리였다. 기본 금리는 3.8%. 추가금리를 받기 위해선 은행 측이 내건 ‘이상한 조건’을 이행해야 했다. 여럿이 함께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인이 같이 오는 경우 0.1%, 3∼4인이 같이 오는 경우 0.3%, 5인 이상이 같이 오는 경우 0.5% 추가금리가 지급됐다. 가족과 함께 방문 시는 손을 잡고, 친구와 함께 방문 시는 어깨동무를 한 후 ‘의리’를 외쳐야 했다. 연인끼리 방문 시는 서로의 손과 팔을 이용해 하트를 만들어야 했다. OK저축은행의 영업행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례2. OK저축은행의 영문표기 간판은 ‘OK Saving BANK’였다. 간판엔 OK와 BANK 부분만 크고 두꺼운 대문자로 표기했다. Saving이라는 글자는 작게 써 있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이 든 분이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BANK 글자만 보고 은행으로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저축은행이라는 한글은 작게 표기했다. 상호저축은행법엔 저축은행은 ‘저축은행’이라는 간판을 명시해야 한다. 은행법엔 ‘은행이 아닌 자는 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이 시정조치를 내려 간판을 전면 교체해야만 했다.


● 신용등급 10등급-9등급도 대출? 이자폭탄 맞을 수도

상품을 팔기 위한 기업의 마케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마케팅 없인 제대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케팅에도 ‘정도’가 있다. OK저축은행의 ‘무차별 마케팅’은 업계에 소문 나 있다. 광고도 예외가 아니다.

OK저축은행의 광고는 대부업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게 TV 광고다. 업계에 따르면 OK는 매달 거액을 TV 광고비로 지출하고 있다. 오지호 김응수 신구 이경영 등 스타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TV만 틀면 대출광고가 나올 정도다. 최근에는 ‘신용등급 10등급이나 9등급까지도 무조건 대출’해준다든가 ‘전화만으로 무방문 송금이 가능’하다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과 친애 등도 큰 차이는 없다. 이들 마케팅 기법은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리드코프 등 과거 대부업체들이 애용했던 방법이다.

영업행태 역시 비슷하다. 웰컴저축은행이 출시했던 ‘날쌘대출’은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을 거치면 즉시 대출 가능여부와 대출금액이 확정되는 상품이다. 금리가 연 29.9%로 급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지만 자칫하다간 ‘이자 폭탄’이 터져 가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대부업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저축은행들이 케이블TV 등에 하는 ‘쏟아붓기식 마케팅’은 심각하다. 특히 메이저리그나 프리미어리그 등 청소년과 젊은층이 많이 보는 프로에 고금리엔 입을 닫은 채 ‘1분이면, 전화 한 통이면 대출 OK!’하는 식으로 무조건 대출을 유혹하는 광고는 자제돼야 한다. 젊은층들은 대출에 대해 이성적 판단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 그 폐해가 커 법적으로 제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 대학생 상대로 연리 20%이상 고리대출 영업도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의 무차별 마케팅은 대학생도 타깃이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개 저축은행은 소득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학생들에게 연리 20% 이상의 고리 대출을 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말을 기준으로 대학생 신용대출 취급 잔액은 2074억원으로 저축은행 총 여신 30조4000억의 0.1% 수준이다. 대출건당 잔액이 340만원이나 됐다.

금융소비자 이 모(52)씨는 “영업도 좋고 이익도 좋지만 일부 저축은행들의 자극적인 광고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며 “요즘 TV광고를 보면 대부업체인지 저축은행인지 분간이 안 간다. 당국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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