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육상연맹은 28일 “파리올림픽 남녀마라톤 출전이 사실상 좌절됐다. 5월 5일(한국시간)까지 랭킹 포인트 레이스가 이어지는데, 남은 기간 출전권을 확보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세계육상연맹(WA)에 따르면, 파리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2022년 11월 1일부터 올해 5월 5일까지 WA가 인정하는 대회에 출전해 기준기록을 넘거나 일정 수준 이상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기준기록은 남자부 2시간08분10초, 여자부 2시간26분50초다.
현재까지 기준기록을 넘어선 한국선수는 아무도 없다. 남자부 박민호(25·코오롱)의 2시간10분13초(2023년), 여자부 김도연(31·삼성전자)의 2시간27분29초(2022년)가 이 기간 최고기록이다. 랭킹 포인트를 충족한 선수마저 없는데, 이는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보이기는커녕 최소한의 경쟁력마저 꾸준히 보이지 못했다는 의미다.
마라톤이 한국육상에서 지니는 의미를 고려하면 파리올림픽 출전 실패는 ‘참사’다. 일제강점기 고(故) 손기정의 1936베를린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시작으로 광복 후 황영조와 이봉주가 각각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과 19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며 기초종목의 불모지인 한국에 기쁨을 안겼지만, 국제경쟁력이 눈에 띄게 하락한 지금으로선 재현하기 힘든 역사가 됐다.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한국은 광복 후 1948런던대회를 시작으로 19번의 올림픽에서 16번이나 본선에 오르고, 1984LA대회부터 2020도쿄대회까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냈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2028LA대회 출전도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요 국제대회 출전 기준기록은 전 세계 선수들의 기록 추이를 반영해 설정되는데, 한국은 점점 기록이 단축되는 세계마라톤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한국마라톤의 경쟁력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육상 인구의 감소가 경기력 저하에 영향을 끼쳤다”며 “10여년 전만 해도 육상 등록선수가 7000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약 5500명에 그치고 있어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