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 김경문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학ㅣ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당근과 채찍의 효과적인 병행. 김경문(51) 감독이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가능케 한 비법 중 하나다. 시즌 중의 부진을 딛고 플레이오프(PO)의 수훈갑으로 떠오른 고영민(25)을 김 감독이 어떻게 다루는지만 봐도 그렇다.
김 감독은 준PO와 PO를 앞두고 매번 고영민을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고영민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두산의 위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고, “공격이든 수비든 고영민이 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공개적으로 고영민의 존재감을 인정한 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지운 것이다. 그러자 고영민도 “아무래도 시즌 때 못했던 걸 만회하라는 뜻이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했다. 준PO에서 ‘1패 후 3연승’의 밑거름이 됐고, PO 직전 심한 감기몸살에 걸리고도 이틀 연속 결정적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8일 PO 2차전이 끝난 뒤 인터뷰실에 들어온 김 감독은 “시즌 때 마음고생이 많았던 선수가 잘해줘서 나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하지만 가장 흐뭇했을 그 순간, 김 감독은 다시 얼굴을 바꿨다. 고영민에게 ‘감기 몸살을 이겨낸 투혼’에 관련된 질문이 쏟아지자 도중에 잘라버린 것이다. “아니, 선수가 감기 든 게 뭐 대단한 일입니까. 오히려 몸 관리를 제대로 못했으니 벌금 낼 일이죠. 어디가 부러지거나 찢어졌으면 몰라도요.” 고영민이 자칫 ‘할 것 다 했다’고 나태해지기라도 할까봐 곧바로 던진 경고였다.
실의에 빠졌을 때는 격려를 통해 각오를 바로 세워주되, 조금이라도 해이해지는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강하게 누른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단단한, 김경문 리더십의 단면이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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