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이어티 게임’ 파이널에서 최종 승리하려면 ‘팀의 승리’와 ‘개인의 생존’을 모두 이뤄내야 한다. 때문에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도 크게 두 가지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를 이끈 정종연 PD의 프로그램답게 집단 간의 챌린지에서 오는 재미가 첫 번째. 두 번째는 다양한 성향의 개인들이 한 집단에서 서로 결탁하고 대립하면서 발생하는 재미다. 갈등의 시작과 끝이 구성원에 의해 나타나기 때문에 22명의 출연자도 상당히 중요하다.
이번 시즌2는 낯익은 얼굴이 많다. 일반인이 주를 이뤘던 시즌1에 비해 방송인인의 비중이 확연히 높아진 것. 운동선수 출신 이천수와 조준호를 비롯해 학진 고우리 캐스퍼 등 연예계 스타들이 출연했다. 단연 신의 한 수는 ‘더 지니어스’ 시리즈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장동민(a.k.a. 갓갓갓)이다. 스타 출연자들은 “연예인은 이미지 관리한다”는 우려를 깨고 일반인 출연자 이상으로 맹활약 중이다.
파이널 챌린지를 앞두고 6일 오후 상암 CJ E&M 사옥에서 ‘소사이어티 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정종연 PD를 만났다. 출연진과 챌린지 구성부터 시즌3의 가능성까지. 정 PD와 나눈 ‘소사이어티 게임’의 A to Z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Q. 챌린지 난이도가 시즌1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어요.
A. 시즌1에서는 챌린지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중요한 건 챌린지가 아니라 출연자들의 이야기잖아요. 사람들이 챌린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게 싫었어요. 가볍게 할 수 있지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정도로 설정했죠. 그런데 시청자들이 챌린지에 기대하는 바가 크더라고요.
Q. 강아지 감자와 배추는 왜 투입됐나요.
A. 변수를 주기 위해 들어갔어요. 사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챌린지를 계획했는데 중간에 부상을 입어서 뺐어요.
Q. 시즌1에서는 벌레 쉐이크를 먼저 마시는 사람이 마동의 첫 리더가 됐어요. 시즌2에는 뱀 상자에 손을 넣어 열쇠를 꺼내는 것이었고요. 시즌1에 비해 약하다는 평이 많아요.
A. 벌레 쉐이크 장면은 방송통신위원회 경고를 받아서 다시 할 수 없었어요. 상자 내부 구조가 뱀을 만지면서 손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결코 쉽지 않을 걸요.
Q. 탈락 면제권 등 블랙리스트 관련 룰을 구체화했지만 블랙리스트로 인한 탈락자는 없었어요.
A. 블랙리스트를 써야 유리할 텐데 출연자들이 어려워했어요. 냉정하고 냉혹한 일이잖아요. 블랙리스트로 인해 탈락하는 것에 대한 혐오가 컸죠. 서로 ‘쓰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Q. ‘한 번 이동한 주민은 [주민 이동]에서 제외된다’는 룰에 대한 불만도 있어요.
A. 첫 주민 이동 때 ‘갔다가 다시 돌아오자’는 이야기도 했었어요. 그럼 결정이 너무 쉬워지잖아요. 어떤 것이든 결정이 쉽게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딜레마에 휩싸면서 사람을 힘들게 해야 하죠. ‘소사이어티 게임’은 공정한 올림픽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끌어내는 예능 프로그램이잖아요. ‘소사이어티 게임’ 속 모든 규칙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거죠.
Q. 댓글이나 시청자 반응을 보는 편인가요.
A. 전부 다 챙겨보진 못하지만 봐요. 직접 보기도 하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듣기도 하죠. 특히 스포일러는 조연출과 작가들이 주시하는 편이고요. 연출자로서 시청자의 피드백을 안 본다는 건 말이 안 돼요. 피드백을 받기 위해 프로그램을 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하지만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 오롯이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어요. 하하.
Q. 시즌3의 가능성도 있을까요.
A.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소사이어티 게임’과 ‘더 지니어스’를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느껴요. 고맙게 생각하죠. 하지만 너무 ‘우리만의 세계’가 아닌가 싶어서 내적 갈등을 느낄 때가 많아요. 제가 하는 프로그램이 시청자 층이 폭넓지는 않은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보는 프로그램이잖아요. 매니아가 많죠. 나 좋자고 하는 프로그램 같고 어떨 때는 치기 어린 것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맞나 싶고요. 시청자의 취향을 예측해서 보기 편안한 프로그램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요.
제 나이에 편집을 직접 하는 PD가 별로 없어요. 힘들게 일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안 놓으려고 애를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시즌은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잘 안 되는 것을 잘 하게 해서 내보냈다고 생각하지만 과정은 힘들었어요. 나이 먹고 녹이 슬어서이기도 한데 내적 갈등이 심해져서이기도 한 것 같아요. 기획 단계만 봐도 다른 프로그램보다 소모가 심한 시리즈물들이에요. 섭외와 구성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규칙도 만들어야 하죠. 출연자들 마음 다치는 것도 연출자로서 힘들고요.
Q. 혹시나 만들어진다면 시즌3에는 ‘더 지니어스’ 시리즈의 또 다른 우승자 홍진호와 이상민을 볼 수도 있을까요.
A. 홍진호는 모르겠는데 이상민 형은 너무 바빠서 하루만 녹화하자고 해도 힘들 것 같은데요. 하하.
Q. ‘더 지니어스’ 시즌5의 가능성은 없을까요.
A. 저는 더 안 하고 싶어요. 네 번째 시리즈까지가 딱 좋은 것 같아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니까 회사에서 결정하겠죠. 저는 안 할 거예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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