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잇단그라운드난입‘구멍뚫린’야구안전관리

입력 2008-05-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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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작 할리우드 영화 ‘더 팬’(토니 스콧 감독)은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와 광적인 한 팬의 이야기를 스릴러라는 형식으로 그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해온 슈퍼스타 바비 레이번(웨슬리 스나입스)이 까닭모를 슬럼프에 빠지자 그의 열성팬 길 리나트(로버트 드니로)가 엽기적인 행동으로 레이번을 돕는 내용이다. 리나트는 레이번의 라이벌을 살해하는가 하면 레이번의 아들을 납치한 뒤 레이번에게도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심판으로 위장해 경기장에 잠입한다. 11일 LG와 한화의 시즌 6차전이 열린 대전구장에서는 경기 시작 15분 전쯤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만취한 한 남성이 방망이를 들고 한화 덕아웃에 난입해 소란을 피운 것. 이 관중은 잠시 난동을 부린 뒤 한화 구단 직원들과 안전요원들에게 붙잡혀 경기장 밖으로 쫓겨났다. 이 남자가 흥분한 이유는 경기장 밖에서 한화의 한 선수와 시비가 붙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귀가하는 A 선수의 차량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분이 풀리지 않아 자칫 흉기화할 수도 있는 방망이를 들고 한화 덕아웃을 기습(?)한 것이다. 대전구장에서는 하루 전에도 한바탕 쇼가 빚어졌다. 한화가 7-6으로 앞선 8회말 한 백인 남성이 갑자기 그라운드로 들어와 홈으로 슬라이딩을 하고 제지하러 나온 안전요원들을 피해 내야 곳곳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한화의 리드로 신바람이 난 대전 관중들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마침 대전 경기를 중계한 방송을 통해서도 방영됐다. 10일의 관중 난입은 단순 해프닝 또는 가십거리 정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11일 덕아웃에 침입한 취객의 소동은 위험천만한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는 불상사였다. 하루가 다르게 수법이 잔악해지고, 동기 또한 불분명한 범죄가 들끓고 있는 게 요즘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런 관중들에게는 평생 야구장 출입 금지라는 철퇴를 가하는 메이저리그의 경기장 안전관리책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대전=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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