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엿가락경기시간…KBO뭐하나?

입력 2008-05-19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프로야구의 고질적인 병폐중 하나는 경기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평균경기시간이 3시간 20분 정도 소요되고 있다. 1982년, 89년, 96년, 99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전에는 평균경기시간이 3시간을 넘지 않았다. 경기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이후이다. 모든 것이 스피디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평균경기시간은 2시간 40분대이다. 우리와 비교해서 30분 이상 차이나고 있다. 한 두게임도 아니고 시즌 전체 게임의 평균시간이 이렇게 차이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처럼 경기시간이 늘어나면 팬들은 지루해하고 방송사들도 공중파 중계에 부담을 갖게 된다. 2000년대 이후 프로야구가 공중파에서 사라진 것은 길어진 경기시간과도 연관이 있다. 현대인들은 지루한 것을 참지 않는다. 인간이 집중력을 어느 정도나마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가 2시간을 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구만큼이나 경기시간이 길다는 미식축구도 3시간을 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미식축구는 경기 소요시간이 예측가능하고 일정하다. 고교야구와 대학야구도 2시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유독 한국프로야구만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경기시간 스피드 업과 관련하여 가장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KBO다. 구단과 감독은 종속적인 변수다. 어느 감독이 경기 중에 경기시간 단축에 신경을 쓸 것이며, 어느 구단이 스피드 업에 직접 나설 수 있는가. 리그의 흥행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KBO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사무국이 경기시간 단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에서 KBO는 느끼는 것이 없는가. 아마추어 야구는 아웃카운트가 투아웃까지여서 2시간 30분 안에 경기가 끝나는가. 어떠한 변명도 무의미하다. 당장 경기시간을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한다. 방법은 많다. 무엇보다 우선 5회말 이후 클리닝 타임부터 없애야 한다. 한국프로야구에만 적용되는 클리닝 타임은 긍정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이제는 없애야 한다. 투수교체 시, 연습투구도 4개 이내로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 공수교대 시에도 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선두타자는 바로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바뀐 투수들은 그 옛날 ‘삼손’ 이상훈처럼 미친 듯이 마운드로 달려가라. 이상훈이 성격이 급해서 마운드에 뛰어간 게 아니다. 그것이 프로의 자세고 야구와 팬들에 대한 예의인 것이다. KBO는 이제 심판위원회에 확실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 그럼에도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심판들의 ‘퇴근본능’에 호소해라. 그래도 안 된다면 아마야구 심판들을 모셔오면 된다. 그들은 메이저리그처럼 2시간 30분 안에 경기를 ‘끝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경기에서 피해보는 것은 선수와 팬들 뿐만 아니라 야구계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다 해당된다. KBO여! 제발 경기시간 단축에 신경 좀 씁시다. 전 용 배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