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1인치잡아라”…영화같은정보전

입력 2008-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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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때 다소 생소한 직업 하나가 소개됐다. 바로 비디오분석관이다. 상대 경기를 담아 전술적인 측면을 분석하고, 주요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역할이다. 뿐만 아니라 소속팀 선수의 잘못된 점도 집어내 바로 잡는, 없어서는 안 될 업무를 했다. 덕분에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창조해낼 수 있었다. 이처럼 현대 스포츠는 정보 싸움이고, 첨단 기술 전쟁이다. 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그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승부의 세계에서 당당히 우위에 설 수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하키 종목에도 첨단 장비가 도입돼 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 <테마스페셜-스포츠 &사이언스>에서는 하키 종목에 사용되는 첨단장비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물론 유덕 여자하키 감독의 인터뷰, 그리고 올림픽 뒷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최근 스포츠 현장에서 영상 분석의 필요성이 배가되고 있다. 비디오 영상을 수집하고 데이터화해 실시간으로 동작 분석 자료를 피드백해주는 기능이다. 특히, 축구나 하키 같이 넓은 공간에서 전략, 전술을 펼치는 종목에서는 상대팀의 전략과 전술을 파악해 경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영상 분석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스포츠에 영상 분석이 활용된 시초는 명확하지 않다. 비디오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몇몇 지도자들이 개인적으로 촬영한 영상을 리뷰해 보는 수준에서 활용된 것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당시에는 그냥 촬영해 보는 것이었을 뿐, 과학적인 분석 방법이 더해지지는 않았다. 영상분석은 스포츠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TV다. TV에서는 실시간으로 팀, 혹은 선수와 관련된 데이터가 화면에 뜬다. 예를 들면, 하키나 축구와 같은 구기 종목에서 패스 성공률이나 골 성공률, 자주 공격하는 방향, 점유율 등이 TV화면에 제공되는데, 이러한 것이 바로 영상분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스포츠 중계에 투입되는 방송 장비 및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방송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실제 훈련 현장에서는 볼 위주의 방송용 영상보다는 선수 전체 움직임 등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방법이 활용된다. 최근 하키 종목의 대부분 지도자들은 선수 지도 및 전략 전술 분석에 영상을 활용하고 있으며, 첨단 장비 사용에 익숙해 있다. 선수의 연습 상황을 촬영하고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분석하는 모습이 일상화되었으며, 이러한 기록들을 데이터 베이스화해 선수별, 팀별 대응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영상 장비가 고급화되면서 기록한 영상의 필요한 부분을 찾아 빠르게 재생하거나 느리게 재생하는 기능 뿐 아니라 주요 부분의 동작을 확대할 수 있는 장비 등도 사용되고 있다. 영화 속 장면들이 스포츠 현장에서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종목별로 영상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격투기나 육상처럼 개인종목의 경우, 영상 기록을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직접 보면서 체크하고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키와 같은 구기 종목은 전문 분석관을 따로 두고 그들이 편집한 영상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보도록 하고 있다. 이는 경기 시간이 길어 한 경기 전체를 비디오로 보게 될 경우 요점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의 하키 강국들은 몇 명의 분석관(기술위원)을 두고 영상 장비를 활용해 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실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대팀 최고의 골게터가 누구인지 알고자 할 때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집계된 선수별 슈팅수와 득점으로 연결된 골 수를 통해 판별할 수 있다. 하지만 페널티 코너 시 상대 슈터 또는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분석 자료로 피드백할 때, 데이터만 준다면 선수나 감독이 쉽게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현재 체육과학연구원(KISS)에서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여자하키대표팀을 위해 위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영상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실전에서 주요 경기 장면 등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벤치의 지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확인 후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나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경기장 내 비디오 촬영탑에서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해 촬영되는 영상을 실시간 인코딩을 통해 주요 장면(예, 페널티 코너) 등을 분류, 벤치의 지도자에게 무선 송신기를 이용해 영상을 보내면 안경모니터를 통해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이런 영상 장비를 잘 활용한다면 상대팀 전략이나 전술 등을 현장에서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그 결과 경기력 및 성적과도 직결될 것으로 믿는다. 송주호 KISS 선임연구원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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