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찾아서]착한보험찾는키워드‘거꾸로’…‘든든한보험길라잡이’홍수용

입력 2008-06-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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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보험사의 광고가 시작된 건 2006년 11월이었다. 죽은 남편이 남긴 보험금 10억 원을 전해주는 보험설계사에 대해 미망인은 “남편의 라이프 플래너였던 이 사람, 이제 우리 가족의 라이프 플래너입니다”라고 말한다. 설계사와의 불륜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많았다. 뒤이어 나온 이 회사의 다른 광고는 전편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사망한 아버지가 남긴 보험금으로 자식들이 유학을 떠나고 결혼하는 모습을 그린 광고에 ‘아버지는 돈만 주면된다는 뜻이냐’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이 회사의 최근 광고에선 보험금 얘기가 쏙 빠졌다. 퇴근한 아빠에게 아기가 엉금엉금 기어가 아빠의 다리에 매달린다. 그리고 아기와 아빠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 소비자들은 그때서야 미소 지었다. P보험사의 광고에 대한 질타가 지지로 바뀐 원인은 뭘까. 광고의 무게중심이 보험사에서 소비자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첫 편은 보험설계사가 전면에 등장했고, 두 번째 편에선 설계사가 빠지는 대신 보험사가 주는 보험금이 강조됐다. 최근 편에선 소비자인 가족만 나왔다. 이처럼 보험은 광고시장에서만큼은 이제 소비자 친화적이 됐다. 하지만 실제 보험 판매시장은 여전히 보험사 중심적이다. 보험설계사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고, 보험약관이 암호문처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 판매시장이 광고시장만큼 소비자 친화적이 되려면 보험사가 설계사를 제대로 교육하고 약관을 쉽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소비자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소비자가 설계사를 잘 고르고 약관을 잘 읽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 좋은 설계사는 소비자 편 지인이나 친인척이 어느 날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다며 보험 하나 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설계사 중에는 제대로 된 보험과 금융지식을 갖춘 사람도 있는 반면 그냥 인맥만 넓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은 설계사, 즉 진심으로 좋은 보험을 추천해주는 실력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들이 있다. 우선 설계사가 권하는 보험 상품의 단점을 물어보라. 보통 설계사들은 보험 상품의 좋은 점만을 끝없이 나열하고 다른 상품에 비해 뒤쳐지는 점이나 보장해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거나 못 한다. 이런 설명을 제대로 하는 설계사라면 자신의 수수료 수입만이 아니라 고객의 권리도 어느 정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간주할 만하다. 변액보험을 파는 생명보험회사 소속 설계사라면 사업비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보험료를 중도에 빼 쓸 수 있는지를 물어보라. 기본을 갖춘 설계사는 사업비 비율이 납입보험료의 8∼20정도의 범위에 있으며, 해약환급금의 50이내에서 중도인출이 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기본이 안 된 설계사라면 사업비가 얼마 안 된다거나 원하는 만큼 수익금 인출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것이다. ● ‘설계사 얼마나 오래 할 건가요?’ 이어 설계사가 무슨 자격증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예를 들어 변액보험은 생명보험협회가 주는 변액보험 자격증이 있는 설계사만이 판매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일부 설계사가 이런 자격증이 없으면서도 변액보험을 권하는 사례가 많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이 있는 설계사라면 보험을 생애 재무설계의 한 부문으로서 보고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설계사로 입문하는 사람 중에는 과거 금융회사에 다닌 경험이 있거나 상장회사에서 IR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설계사를 만나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재테크 상담을 다양한 관점에서 충분히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격증과 경험을 검증한 다음에는 보험과 관련된 통계와 관련 지식을 얼마나 숙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질병보험을 권하는 설계사라면 성별 연령대별로 어떤 질병에 많이 걸리는지, 보험에서 보장하는 질병에 실제로 걸린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고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 수백 가지 질병이 보장되는 상품이니 꼭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라면 홈쇼핑을 통해 가입하는 게 낫다. 이 같은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성실성이다. 보험설계사의 성실성은 2가지다. ‘설계사라는 직업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가’와 ‘한 고객에 대해 얼마나 오랜 기간 서비스할 것인가’와 관련된 성실성이다. 먼저 설계사에게 왜 설계사가 됐는지, 언제까지 설계사를 할 건지 물어보라. 직장에서 잘린 뒤 마땅히 할 게 없어서 잠시 돈벌이를 위해 설계사를 한다면 고객 입장에서 성실하게 상담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 보험 약관 읽는 쉬운 방법 약관은 ‘세상에서 가장 안 읽히는 책’으로 통한다. 이 책을 안 읽어 생기는 피해는 본인 이외에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소비자와 보험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 장본인이다. 약관을 가장 쉽게 읽는 방법은 보험 상품 설명서를 읽는 것이다. 보험 상품 설명서는 보험 약관의 내용을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2007년 4월부터 도입됐다. 약관의 축약본이라고 보면 된다. 보험 상품 내용을 포괄적으로 요약한 기존 상품 요약서만으로는 소비자 개개인의 가입조건에 따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설명서를 만든 것이다. 이 설명서 덕분에 약관을 읽는 방법은 2단계를 거치는 방식으로 구조화할 수 있다. 상품 설명서를 읽은 뒤 부족한 부분을 약관에서 찾아보는 방식이다. 설명서는 100페이지짜리 보험 약관을 10분의 1정도로 줄여 10페이지 안팎으로 구성돼 있다. 보험 상품 설명서는 대체로 6개 항목과 주요 안내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6개 항목은 ①보험계약의 개요 ②보험가입자의 권리와 의무 ③주요 보장내용 ④보험금 지급관련 유의사항 ⑤계약 관련 특히 유의할 사항 ⑥기타 계약자가 알아야 할 사항이다. 분쟁의 소지가 있어서 특히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③주요 보장내용과 ④보험금 지급관련 유의사항이다. 보험설명서 끝에 부록처럼 붙어 있는 ‘상품 주요 내용에 대한 안내 사항’은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 비례보상, 계약 후 알릴 의무 등 중요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비례보상은 특정 위험을 보장하는 여러 개의 보험계약을 한 경우 약관에 따라 실제 손해를 본 금액만을 보장한다는 원칙이다. 교통상해 의료비가 5000만 원이 나왔고 10개의 보험에 든 상태라면 각 보험계약에서 500만 원씩만 지급된다는 뜻이다. 이 같은 비례보상 원칙이 적용되는 보험은 장기손해보험, 개인연금, 퇴직보험,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이다. 많은 보험계약자가 실수로 소홀히 하는 게 바로 계약 후 알릴 의무인데, 이 항목도 ‘상품 주요 내용에 대한 안내 사항’에 나와 있다. 피보험자가 직업을 바꾸거나 부업을 하게 된 경우, 또는 오토바이를 운전하게 된 경우 이를 보험사에 서면으로 알리고 보험증권에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기본계약 이외에 특별계약을 해서 보장범위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 경우 특약의 보장범위를 약관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홍 수 용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에서 기획재정부를 출입하고 있다. 부동산, 증권, 은행, 보험 등 재테크 관 련 업계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산업자원 부 등 관료사회를 취재해왔다. 저서로는 ‘보험 의 진실’, ‘주식 IQ 확 높이기’(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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