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매직′러시아,연장혈투끝에네덜란드꺾고4강진출

입력 2008-06-22 0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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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감독의 마법이 조국 네덜란드마저 홀렸다. 러시아는 22일 새벽(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의 세이트제이콥파크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08 8강전에서 전·후반 9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돌입한 연장 후반 드미트리 토르빈스키와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연속골로 네덜란드를 3-1로 제압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네덜란드를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독일과 터키에 이어 대회 세번째로 4강행 티켓을 거머쥐는 기쁨을 맛봤다. 이날 승리한 러시아는 오는 23일 열릴 스페인-이탈리아전 승자와 피할 수 없는 4강(27일)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4강 제조기’ 히딩크가 자신의 4강 명부에 러시아를 추가시키며 다시 한번 신화를 창조했다. 지난 1998년 네덜란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히딩크는 프랑스 월드컵 4강 진출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4년 뒤 한국을 한-일 월드컵 4강에 올려 놓는 마법을 발휘했다. 2005년에는 ‘코리언듀오’ 박지성-이영표와 함께 에인트호벤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이끌기도. 여기서 히딩크의 매직은 끝나지 않았다. 히딩크는 구소련 해체 이후 축구 변방으로 몰락한 러시아를 2006년부터 맡아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개편하는 등 리빌딩 작업을 단행했고, 유로2008 지역 예선에서 강호 잉글랜드를 떨어 뜨리고 크로아티아와 함께 본선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결국 본선 무대에서도 강호들을 잇따라 물리친 뒤 우승후보 네덜란드마저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두 팀의 경기는 전술과 강한 집중력에서 앞선 러시아의 압승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 플레이로 네덜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러시아는 점차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전반을 득점 없이 0-0으로 마친 러시아는 후반 11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먼저 앞서갔다. 세르게이 세마크의 날카로운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던 로만 파블류첸코가 가볍게 마무리한 것. 기세를 올린 러시아는 이후에도 아르샤빈과 콘스탄틴 지리아노프의 활발한 측면 공격을 앞세워 추가골 사냥에 나섰지만, 좋은 득점 찬스에서 번번이 골 결정력 부재를 드러내며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 이것이 화근으로 작용했다. 여러차례 위기를 넘긴 네덜란드가 후반 40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구사일생(九死一生)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스네이더의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던 반 니스텔루이가 넘어지면서 헤딩슛으로 러시아의 골네트를 갈랐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치며 연장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러시아는 연장 후반 네덜란드를 쉴새 없이 몰아부친 끝에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리며 승기를 잡았다. 왼쪽 측면을 돌파한 아르샤빈의 크로스를 쇄도하던 토르빈스키가 감각적으로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상승세를 탄 러시아는 경기 종료 직전 아르샤빈의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네덜란드의 수비진이 방심한 사이를 틈타 직접 문전으로 끌고 들어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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