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귀몰‘핏빛매화’떡잎부터짱이었더라 …

입력 2008-06-2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소년 하나가 희미한 등잔 밑에 홀로 앉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소년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오지 매화 한 가지.” 정비석의 소설 ‘일지매’(창해)는 일지매의 모습을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대중소설이다. 드라마 ‘일지매’에 푹 빠진 시청자라면 책 일지매를 통해서도 미리 일지매를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정비석 소설에 드러난 일지매의 세 가지 매력을 알아보자. ○그 아이, 참 맹랑한지고∼ 의적이라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비범한 재기가 있어야 마땅하다. 조선 정조 때, 경상도 문경 땅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 안에서 일지매는 매화를 천재적으로 그리고 있다. 한 장, 두 장, 석 장… 밤이 새도록 매화 그림만 그린다. 예술적 소질을 타고 났다. 그뿐만 아니다. 일지매는 일찌감치 총명했고, 열한 살 나이답지 않게 ‘날파람(바람이 일 정도로 날쌔게 움직임)이 있어서 동무들 여남은 명 때려누이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싸움에 능하고, ‘골목대장’으로 그 앞에 서면 누구나 꼼짝 못하는 주먹 센 소년이다. 단, 주먹도 불의 앞에서만 쓴다는 지조가 있다. 심신이 건강하고, 소위 ‘좀 짱인 듯’ 스타일이다. ○스승의 가르침, 운명을 따르다 일지매는 일휴대사를 따라 금강산에 들어가 도를 닦는다. “모든 수양은 고통을 참는 데서부터 시작되느니라.” 일지매는 금강산 안에서 욕심을 버리고, 겉멋 든 그림 솜씨를 경지에 오르게 만든다. 자신의 본성이 ‘불의와 권세를 미워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는’ 사람인 것을 깨닫고 진로를 결정한다. 바로 의적이다. 스승은 남의 물건을 무상으로 가져오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며 일지매의 그림을 한 폭씩 남겨주라고 유언을 남긴다. 일지매의 ‘매화 그림’이 연유가 생겨난 이유이다. ○신출귀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모름지기 영웅이라면 쉽게 그 존재를 밝히지 않는 법! 신비함은 필수다. “제가 보기에는 6척이 넘어보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9척이 넘어보였습니다.” 아무도 일지매의 외양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없다. 훤칠하고 호리호리한 남자로 전설로 알려질 뿐이다. 일지매는 한껏 거대한 이미지로 부풀려진다. 정부 관리들이 일지매를 잡으려 난리지만 실패한다. 쉽게 잡히면 영웅이 아닌 법! 음지를 돌며 신출귀몰할 뿐이다. 탐관오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백성들은 일지매를 ‘구세주’로 기억한다며 소설은 끝난다. 제2의, 제3의 일지매를 기다리며 끝끝내 실체를 노출하지 않았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