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굶어죽으나맞아죽으나

입력 2008-07-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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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끝났다. 정확히 91수만이다. 바둑이, 바둑이 아니기에 김기용은 미련 없이 던졌다. 김기용은 차라리 후련한 얼굴이다. 가벼운 복기가 시작됐다. 두 사람은 딱 한 살 차이. 박영훈이 한 살 위다. 김기용은 <실전> 흑5로 잇는 것을 보고 바로 ‘GG’를 선언했다. 무슨 연고일까? 김기용이 <해설1> 백1을 올려놓았다. “우변 백이 살 길이 없네. 백1이 모양의 급소이긴 한데, 흑2가 있어서 안 되지. 백3으로 넓혀봐야 흑4면 그만이거든.” 김기용이 입을 쓰게 다셨다. 흑2·4로 우변의 백은 죽는다. 이번엔 <해설2> 백1이다. 역시 흑2가 백의 숨줄을 죄는 송곳같은 수다. 백3으로 눈 모양을 내보지만 흑4면 패가 난다. <해설1>보다는 낫다. 하지만 이래봐야 백은 바둑이 안 된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수영 7단이 즐겨 쓰던 말이다. “굶어죽으나 맞아죽으나 매한가지지.” 이로써 김기용은 C조 리그에서 2패를 당해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C조에서는 박영훈과 박정상이 나란히 1승씩을 거뒀고, 이재웅은 아직 한 판도 두지 않았다. 박영훈은 자신이 속한 C조가 아닌 다른 조들을 넌지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A조에서는 이세돌이, B조에서는 이창호가 1승씩을 올려놓고 있다. D조는 윤찬희가 홀로 1승이지만 목진석, 이영구가 있기에 두고 볼 일이다. 박영훈이 조용히 손가락을 꺾었다. 결국, 승부는 ‘그 놈이 그 놈’일 터였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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