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실전,송홍선박사·노민상감독의기투합

입력 2008-07-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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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은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비로소 날개를 편다”고 했다. 과학은 어떤 현상에 개입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후적으로 해석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해석에 충실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상아탑에 침잠하기도 한다. 일본체육대학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한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37) 박사는 현장에서 유리된 체육과학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일본 유학 당시 같은 연구실에는 ‘일본의 유도영웅’ 다무라 료코(현 다니 료코)가 있었다. 선수시절의 궁금증을 학문적 열정의 동력으로 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생리학을 현장에 적용시키겠노라’고 다짐했다. 수영대표팀 노민상(52) 감독은 박태환(19·단국대)을 7세 때부터 가르쳤고, 최혜라(17)와 권유리(19) 등 대표선수들을 키워냈다. 대학을 경험하지 못했고, 국가대표 출신도 아니었다. 온갖 편견을 뚫고 실력하나로 올라섰지만 ‘체계화에 대한 갈증’을 늘 품고 있었다. 2006년, 송 박사가 수영을 담당하게 됐을 때 일부 수영지도자들은 송 박사의 말을 흘려들었다. 이유는 송 박사가 수영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노민상 감독은 송 박사의 프로그램이 기록 단축의 지름길임을 알아봤다. 그렇게 ‘경험’과 ‘이론’은 운명적으로 조우했다. 박태환이 노 감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재능은 꽃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송홍선 박사는 “남자수영선수의 지구력은 만14세 이전에 결정된다”면서 “노 감독의 감각적인 훈련프로그램이 박태환에게 세계최고의 지구력을 심어줬다”고 했다. 노 감독이 송 박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박태환이 정상의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2월말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박태환은 전지훈련지인 괌에 도착해 젖산수치를 측정했다. 송 박사는 “이전보다 젖산수치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이 빨라졌었다”고 회상했다. 지구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증거. 송 박사는 24주간의 금메달프로젝트를 100여장이 넘는 프리젠테이션으로 준비해 수영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열흘 만에 박태환의 스텝테스트 결과는 8초가량 단축됐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송 박사의 연구실은 노 감독과의 토론으로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기 일쑤. 둘은 “더 나은 훈련 방법을 찾는데 나이차도, 학력차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얀 밤들이 모여 130여일이 흘렀다. 송 박사는 “이제 박태환의 체지방률이 10.2%까지 떨어지는 등 몸 상태가 최고조에 와 있다”고 했다. 노 감독은 “실전을 대비할 때”라며 웃었다. 송 박사가 공개한 ‘생리학적’ 실전대비법 한 가지. 인간의 몸은 적정 긴장상태를 유지할 때 최고의 운동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때의 맥박수는 120-130. 박태환은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커피 등으로 카페인을 섭취하고, 경기 직전 제자리 뛰기로 맥박수를 150까지 높일 예정. 이후 레인 앞에서 숨을 길게 내뱉으면 적정 맥박수까지 떨어진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오렌지주스 등을 통해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로딩한다. 이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만 남은 것 같지만 환상의 콤비에게도 큰 걱정거리가 있다. 대한체육회에서 KISS에 배당한 베이징올림픽AD카드가 2장에 불과해 송홍선 박사가 베이징에 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노 감독은 “2년간 함께 한 송 박사가 없다면 나도 초조할 것”이라면서 “젖산수치측정이나 탄수화물 로딩도 누가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박태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그랜트 해켓(호주)은 전담 마사지 팀까지 따라올 예정. 호주와 한국의 지원이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금빛 물결을 위해서는 최고의 콤비가 금메달의 순간까지 호흡을 맞춰야 할 것처럼 보였다. 송홍선 KISS 선임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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