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스페셜]車세운김호‘믿음의용병술’빛났다

입력 2008-07-13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수원잡는대전이유있는힘의비결
“뭐, 특별할 게 있나요. 승부는 승부지요.”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의 김호 감독은 오랜 라이벌 수원 삼성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수원 입장에서는 가히 ‘징크스’라 할 만 하다. 대전은 13일 정규리그 14라운드 홈 경기서 파죽의 정규리그 11연승을 달리며 줄곧 선두를 내달린 수원을 1-0으로 격파, 2003년 5월4일 2-0 승리 이후 지켜온 홈 무패행진 포인트를 10경기(4승6무)로 늘렸다. 최근 홈 3경기 무승(2무1패)의 고리를 끊었다는 점도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 수원의 모든 것을 꿰고 있는 김호 ‘지피지기 백전불태’란 고사성어는 축구에도 통한다. 대전이 수원에 강한 것은 사령탑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김호 감독은 수원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95년 수원이 창단했을 때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2003년까지 무려 8시즌 동안 팀의 영욕을 함께 했다. 지난 5월 부산전에서 통산 200승을 올린 그는 188승을 수원 구단에서 챙겼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김 감독은 킥오프 한 시간 전쯤 출전 명단이 발표되면 쓱 한번 훑어보곤 금세 전술 포진도를 쉽게 완성하곤 최종 미팅 시간을 갖는다.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당연지사. 수원은 워낙 오래 인연을 맺은 팀이기 때문에 더 쉽다. ○ 철저한 2군 육성…기다림의 미학 수원을 울린 한 골은 바로 브라질 용병 에릭 오비나로부터 나왔다. 그런데 그는 최근까지 2군과 벤치를 오가던 ‘미운오리새끼’에 불과했다. 수원전 이전까지 컵 대회를 포함해 10경기에 나서 한 골을 넣은 게 전부였다. 도움 포인트는 아예 없었다. 대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에릭이 신통찮아 큰일났다. 쓸만한 용병이 없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대전에는 에릭을 제외한 나머지 용병이 없다. 카스토르가 있었으나 팀 적응에 실패해 귀국시켰다. 슈바와 브라질리아, 데닐손의 공백이 유독 커보였던 요즘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에릭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한 번 지켜보세요”라며 입버릇처럼 말해왔고, 이날 정확히 적중했다. 측면 공격수 김민수를 대신해 후반 13분 교체해 들어간 에릭은 26분 뒤 짜릿한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잘 나가던 수원 차범근 감독을 울렸다. 에릭에게 결승골을 배달한 주인공 한재웅도 김 감독이 2군에서 키워낸 선수였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었던 한재웅이었지만 올 시즌 전반기만 해도 대전에 그가 설 자리는 없어보였다. 그러나 한재웅은 절치부심, 묵묵히 노력했고 결국 해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김 감독과 에릭에게 모였지만, 한재웅도 한 건 해낸 만큼 표정만큼은 밝아보였다. 선수들의 정신력도 빼놓을 수 없다. 수원만 만나면 대전 선수들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뛴다. 중앙 수비수로 각광받는 김형일은 “수원전은 우리에게 언제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라고 거듭 말해왔다. 김형일은 수원 공격수 에두와 서동현 등을 철저히 봉쇄해 대전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