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생각하는게임

입력 2008-07-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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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지닌 미덕은 참으로 많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 중 최고는 ‘생각하는 게임’이라는 점일 것이다. 생각 없이 두는 바둑은 바둑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팔과 숨쉬기 운동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재미를 모른다면 그는 바둑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놓치고 사는 사람이다. 앙꼬 없는 찐빵을 씹으며 “빵은 역시 밀가루 맛이지”하는 것과 같다. 취향이라 보기엔 어쩐지 측은하다. 생각하는 바둑의 맛을 알게 되면 승부에 초연해질 수 있게 된다. 이겨도 져도 재미있다. 그래서 고수들은 ‘이왕이면 두텁게 두어라’라고 말한다. 추잡할 정도로 집만 밝히며 엷게 두다 지면, 그처럼 비참한 게 없다. 반면 두텁게 두면 상대를 죄어갈 수 있다. 상대의 약점을 괴롭히고, 대마를 잡으러 갈 수도 있다. 비록 실패해 지더라도 땀 흘려 운동한 뒤의 쾌감이 남는다. 그게 진짜 ‘손맛’이다. 찐빵의 앙꼬다. <실전> 흑1로 끊었다. 이것을 <해설1> 흑1로 그냥 젖히면 어떻게 되나? 백2로 받았을 때 다시 한 번 3으로 젖히면? 이 수는 백6으로 이을 때 흑7로 늘어야 한다. 아쉽게도 흑에게 약점이 남는다. 그래서 <실전> 흑1로 끊어 두었다. 백2를 강요하고는 그제서야 슬그머니 흑3으로 젖힌다. <해설1>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흑이 미리 하나 끊어둔 덕에 백1에는 흑이 2로 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백은 3·5로 흑 한 점을 잡아야 하는데, 흑은 6으로 이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실전>은 백이 어쩔 수 없이 백4로 흑 한 점을 잡았다. 흑이 5로 호구쳐 만족이다. 여기까지 흐름은 흑이 우세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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