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로 뒤진 7회말 1사 후 이대호가 볼넷을 얻자 대부분 전문가들은 다음타자 고영민 대신 대타 기용을 예상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타자가 아닌 주자를 교체했다. 이대호를 빼고 발 빠른 정근우를 투입했다. 1점 뒤지고 있는 상황.이대호에게 또 한번 공격 기회가 갈 수 있음을 떠올린다면 교체는 사실 좀 의아스러웠다. 그러나 김 감독의 예상 밖 용병술은 이진영의 동점타로 결실을 맺었다. 2루주자가 정근우가 아니고 이대호였다면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일본이 좌완투수를 선발로 낼 것을 알면서도 1번부터 4번까지 연이어 좌타자를 기용한 것도 사실 상식을 깬 오더였다. 일본과의 예선전 2-2 동점이던 9회 2사 1·2루서 상대 투수가 왼손임에도 왼손 김현수를 대타로 기용하는 등 ‘파격 기용’도, 한기주를 중용했던 것 등도 어쩌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한기주 기용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예선전 대타 김현수 카드나 준결승전 정근우 대주자 기용 등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 것도 사실. 김 감독은 아무튼 이런 거침없는 행보 속에서도 때론 감(感)야구로, 때론 뚝심의 야구로 8연승 행진을 내달리며사상 처음 올림픽 결승에 진출했다. “운이 좋았다”는 김 감독의 말, 그대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