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박영훈은슬럼프중

입력 2008-09-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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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인지 요즘 박영훈이 좋지 않다. 좀처럼 슬럼프가 없는 자기관리형 기사인데 올해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현재 스코어 29승 22패. 반타작을 조금 넘기고 있다. 랭킹도 ‘만년 3위’를 언제쯤 탈피할까 싶더니 결국 4위로 내려앉으며 ‘탈피’했다. 프로기사들의 말에 따르면 슬럼프 중 가장 무서운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슬럼프이다. 병명을 알 수 없으면 약이 없듯 슬럼프도 매한가지.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바둑을 두면 진다. 이런 패배가 쌓이다 보면 프로기사는 골병이 든다. ‘이대로 내 바둑 끝나는 거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물론 박영훈이 그럴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박영훈은 우리나라 프로기사 중 가장 기복이 없는, ‘우량주’와 같은 인물이다. 아마도 지금쯤 스스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강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의 곤혹스러움은 이쪽의 기쁨이 된다. 박영훈을 만난 박정상은 내심 웃고 있을 것이다. 올해는 성적도 좋다. 41승 18패. 이창호와 이세돌에 이어 다승3위에 올라 있다. <실전> 백6으로 다가선 것은 적극책. <해설1> 백1로 귀를 받으면 흑은 2로 벌려 안정할 것이다. 이는 백이 두터운 곳에서 흑이 삭감을 하는 의미도 있다. 백으로선 김이 푹 새는 일이다. <실전> 백8로 붙여 중앙으로 머리를 내민 것은 당연한 방향설정. <해설2> 백1·3도 못 둘 것은 없지만 다분히 궁색해 보인다. 일본 프로기사들은 이런 경우 ‘꿈이 없는 바둑’이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우리식으로는 ‘낙이 없다’가 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식 표현이 마음에 더 와 닿는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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