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도 야구하자”던 롯데의 비원이 마침내 풀렸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9월16일 한화전을 “역사적 게임”이라 지칭했다. 이 경기 승리로 4강 매직넘버를 소멸시켜 2000년 이후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7월27일 이후 23경기에서 21승2패란 가공할 성적을 올렸다. 그 중간엔 창단 최다연승(11연승)도 있었다. 16일까지 65승을 거둔 롯데는 1999년(75승) 이래 단일시즌 팀 최다승 기록도 진행 중이다. 참고로 99년엔 132경기를 치렀다. ○로이스터 효과 그 첫 번째 “각성” 8-8-8-8-5-7-7. 로이스터가 부임하기 전까지 롯데의 7년간 순위였다. 이런 팀이 플레이오프 직행(2위)을 다투는 전력으로 탈바꿈했다. 처음엔 로이스터도 “구단주가 건네준 비디오를 봤는데 플레이오프 가능성을 못 찾았다”고 고백했다. 이랬던 선수들이 로이스터의 표현을 빌리면 “똑같은 얼굴인데 지금은 올스타”로 변모했다. 흔히 말하는 ‘각성’(몬스터시즌)이 집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로이스터는 “김주찬은 0.220을 치던 타자였지만 지금 최고 타자 중 한 명이다. 2루수 조성환은 MVP 후보가 됐고, 이대호는 개인 최다타점을 깼다. 강민호도 몬스터 시즌이다.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인 손광민-이인구도 바로 주전 선수가 됐다”라고 그 ‘증거’를 일일이 꼽았다. ○로이스터 효과 그 두 번째 “팀 스피릿” 로이스터는 롯데의 변화를 자신이나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 카림 가르시아, 데이빗 코르테스 등 외부 수혈에서 찾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선수들의 ‘팀 퍼스트’ 마인드를 먼저 언급했다. 그 근거로 로이스터는 16일 한화전에 앞서 배팅볼을 던지던 박현승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박현승은 시즌 개막 시점엔 우리 팀 3번타자였다”고 했다. 보직에 관계없이 팀 승리란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는 이런 태도가 롯데를 바꾼 것이라고 로이스터는 강조했다. 실제 로이스터는 “4강이 확정되면 2군 선수와 프런트까지 다 모여서 축하하는 자리를 열 것”이라고 언급, 팀 전체의 성취란 점을 부각했다. ○로이스터 드림의 종착역은? 로이스터는 롯데 4강 확정의 가치에 대해 “마이너 감독으로서 우승을, 선수로서 월드시리즈 진출도 해 봤지만 롯데에서의 포스트시즌이 더 큰 일”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포스트시즌 진출이 1차 목표였기에 이제 새 목표를 찾겠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인 1999년 한국시리즈에 마지막으로 진출했다. 또 포스트시즌은 2000년 이후 처음인데 당시 5위 성적이었지만 매직리그 2위여서 승률이 더 높았던 드림리그 3위인 삼성과 준플레이오프를 가졌다. 노태우 대통령 재임기인 1992년 이후 16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넘볼 상승세에 대해 로이스터는 “모두가 롯데를 우승 가능한 팀으로 여기는 그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