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남편을 만나 결혼하기 전에,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사랑 하나만 믿고 살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결혼은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해서 살다보니, 저는 오히려 사랑 하나만 있으면 모든 걸 이겨내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들 커 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희 두 사람의 사랑이 더 절실해 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맞선으로 만나 결혼한 사이입니다. 대부분의 맞선이 그렇듯이 저는 설렘이나 이끌리는 감정보다는 남편의 조건과 첫인상만으로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말씀대로 누구를 만나든 정 붙이고 살면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해서 살다보니 남편은 제가 미처 알지 못 한 의외의 모습이 참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엔 그게 잘 맞질 않아서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부족한 모습도 애정을 갖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결혼하고 다 벗겨진다는 콩깍지가 저는 지금에서야 눈에 제대로 씌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결혼한 지 15년이 넘어갑니다. 저는 아직도 남편이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럽습니다. 남편도 저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가끔 술 한 잔씩 하면, 남편이 그럽니다. 저 때문에 산다고 말입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부모님이 사업에 실패하셔서 저희는 작은 월세방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같이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시어머님과 성격차이로 갈등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제가 속상해 하면, 남편은 말없이 제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몸은 고생시켜도 마음만은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 말 때문에 저는 경제적으로는 어려워도 지금까지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언젠가 남편이 제게 자기 인생에서 저를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그랬습니다. 저를 믿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입니다. 사실은 제가 남편을 믿고 여태까지 살아왔습니다. 요즘은 넓고 단단해 보이던 남편의 어깨가 작아지는 게 참 속상합니다. 피곤에 지쳐서 곤히 잠들어있는 남편을 보는 게 안쓰럽습니다. 만약, 이 글을 남편이 읽는다면 남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보∼ 지난번에 당신이 그랬지? 지금까지 날 믿고 살았다고… 그런데 당신보다 내가 당신을 더 믿고 사랑하고 있어. 아무리 삶이 지치고 힘들어도, 당신이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다면 난 언제나 행복할 것 같아. 거칠지만 따뜻한 당신의 손이 난 참 좋더라. 우리 더 욕심 부리지 말고, 지금만큼만 사랑하고 아끼며 살자. 앞으로도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 여보∼ 사랑해요.” 경기 안산 | 이미옥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