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어머니!우리같이힘내요

입력 2008-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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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시어머니는 8년 전에 직장암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올해 연세가 60대 후반이신데 그 힘든 수술과 치료를 꿋꿋이 버텨내셨습니다. 수술 후 암환자에게 고비라고 하는 5년의 세월도 무사히 잘 넘기실 수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 3년을 별 이상 없이 잘 지내 오셨는데, 얼마 전에 폐로 암세포가 전이됐다는 깜짝 놀랄 얘기를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너무 많은 곳으로 암세포가 펴져 있어서 수술도 별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은 그 끔찍한 항암치료를 다시 받으시면서 암세포의 증식이 막아지길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저희 어머님은 “참 이상하지. 어디 부딪힌 데도 없고, 나쁜 것도 안하고, 나는 그저 조심조심 살았는데 왜 전이가 됐을꼬” 하며 처음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갸웃 하시다가 금방 “뭐 이러다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하시며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쳐내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주름진 손이 흐르는 눈물을 다 훔쳐내지 못 했고, 눈물 한 방울이 기어이 어머니 두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고 말았습니다. 결혼하고 14년 동안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시어머니의 눈물을 그 때 처음 보게 된 겁니다. 그걸 보는데 제 마음도 같이 쿵하고 무너지는 것처럼 아파왔습니다. 사실 저도 지금 암환자입니다. 어머니 병 수발을 드느라 이렇게 병원을 왔다갔다하고 있지만, 저도 3개월 전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 주변에선 “간호는 네가 받아야 하는데 네가 간호를 하러 다니니 어쩜 좋니” 하며 걱정해 주시지만 아직 시어머님은 제가 아프다는 걸 모르고 계십니다. 3개월 전에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괜히 걱정하실까봐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그 때 말씀드리지 않길 잘 했다 싶습니다. 처음 제 왼쪽 가슴에 멍울이 느껴졌을 때, 그리고 종합병원 가서 초음파사진 찍고, 조직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그 일주일이 제게는 얼마나 두렵고 불안한 시간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족들 걱정 할까봐 말도 못하고 저 혼자 검사결과를 보러 갔습니다. 가슴이 뛰어 계속 깊은 심호흡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유방암이라고 결과를 듣게 되니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정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 몸 어디에 이런 씩씩한 마음이 숨겨져 있었는지 모르지만 제가 암이라는 말을 듣고, 참 덤덤하게 그 상황이 잘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건 이상하게 생각하며 할수록 제 마음이 무겁고 아파옵니다. 아무래도 그 동안 제대로 된 효도한번 해드리지 못 하고 그냥 지금까지 지내온 게 죄송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곰살스러운 애교도 없고, 말도 별로 없는 며느리였는데, 결혼 후에도 계속 직장생활 하느라 어머님 한 번 제대로 찾아뵙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시어머님 계신 곳은 6인실 병실인데 모두 암 환자분들이 누워계십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전 속으로 ‘여기엔 지금 암 환자가 일곱 명이 있구나’ 했습니다. 주변사람들은 저더러 제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어머님 병상 지키느라 고생한다고 착한 며느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말벗이 되어 드리고 병간호를 하면서 오히려 제 스스로가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느낍니다. 저희 어머님께서 얼른 나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우리 같이 힘내요!! 경남 양산 | 이민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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