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삶은달걀먹기내기끄억~

입력 2008-09-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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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시장에 가서 장 봐온 물건들을 정리하던 중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기에 금방 사온 달걀을 몇 개 삶아 주었습니다. 아이들과 맛있게 달걀을 먹다보니 20년 전 여고시절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2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됐을 때였습니다. 뒤늦게 태풍이 올라와서 저녁부터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일어나보니 부모님께서는 넘어진 사과나무와 벼 생각에 한숨을 짓고 계셨습니다. 그 때까지도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 때문에 저는 어떻게 학교에 가야할지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반장에게 전화가 와서는 “해순아! 선생님이 버스 다니는 도로에 나무가 잔뜩 쓰러져서 통행이 안돼서 오늘은 임시 휴교래. 주변에 친구들한테 연락 좀 해줘”하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남들이 다 학교에 갈 때 공식적으로 학교에 안가도 되는 날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분은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집에서 빈둥빈둥 거리며 놀았습니다. 점심 때 쯤 돼서는 빗줄기가 조금씩 약해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살이 비쳤습니다. 비도 그쳤겠다, 집에만 있기엔 좀이 쑤셨던 저는 집 가까이 사는 친구 2명을 저희 집에 놀러오라고 연락을 했습니다. 집에 모여서 떡볶이도 만들어 먹고, 갑자기 생긴 휴일 덕에 지나가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신나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계란 장수 아저씨가 유혹적인 목소리로 계란을 팔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계란∼ 계란이 왔어요∼ 영양 많고 맛있는 계란이 왔어요∼” 그 소리에 저와 친구들은 계란 많이 먹기 내기를 하자며 급한 대로 돈을 모아서 계란 한 판을 샀습니다. 제일 적게 먹는 사람이 계란 값을 물어주기로 하고 얼른 계란 한 판을 삶았습니다. 물 한 컵을 옆에 두고 저희들은 게눈 감추듯이 계란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괜한 승부욕이 발동해서 보이는 대로 계란을 까서 입에 넣었습니다. 저는 그 전에 떡볶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9개를 먹으니까 더 이상은 못 먹었습니다. 결국엔 9개를 먹은 제가 꼴찌를 하고, 11개를 먹은 친구가 1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학교에 가보니 11개를 먹었던 그 친구는 내기 이후에 속이 안 좋아서 쫄쫄 굶었다고 했습니다. 10개를 먹었던 친구도 계속 속이 더부룩하다고 했습니다. 먹는 내기를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고 하던데, 그 땐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달걀 10개라니요? 그 때 이후로는 절대 먹는 것을 가지고 내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다 추억인 것 같습니다∼ 삶은 달걀만 보면 그 시절 허겁지겁 달걀을 까먹던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대구 동구 | 이해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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