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한국오픈]라이언잡았다…토종배상문‘사자후’

입력 2008-10-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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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R합계11언더파로그린재킷올2승째…상금랭킹1위‘등극’
‘쿨가이’ 배상문(22·캘러웨이)이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51회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3억원) 정상에 올랐다. 한국계 ‘PGA 스타’ 앤서니 김은 공동 3위를 머물렀다. 배상문은 5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72·718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더블 보기 1개,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 이안 폴터(32·잉글랜드)를 1타차로 제치고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2006년 에머슨퍼시픽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린 이후 작년 SK텔레콤오픈과 2008년 개막전 KEB 한중투어 1차 대회 우승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개인통산 4승째를 달성했다. 우승상금 3억원을 획득한 배상문은 시즌 총상금 4억4915만4286원으로 김형성(28·삼화저축은행)과 황인춘(34·토마토저축은행)을 제치고 상금랭킹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 김위중(28·삼화저축은행)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배상문은 전반 9홀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다. 출발은 불안했다. 1번홀에서 두 번째 샷으로 OB(Out of Bounce)를 내면서 흔들렸다. 아이언으로 친 샷이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갤러리쪽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네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후 1퍼트로 마무리해 보기(일명 OB 버디)로 위기를 넘겼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찾아왔다. 2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2m에 붙인 뒤, 그대로 홀에 떨어뜨려 첫 버디를 낚으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3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배상문은 1타차 선두였던 김위중를 추격하며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배상문의 티샷은 자주 페어웨이를 벗어났고, 아이언 샷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으면서 벙커를 전전했다. 하지만 배상문은 승부처에서 빛났다. 1타차 선두이던 5번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면서 OB로 연결되는 듯 했지만 갤러리가 모여 있는 지역으로 떨어져 러프에서 볼이 멈췄다. 대형사고 상황이었지만 배상문에게는 운으로 작용했다. 짧은 칩샷으로 핀 2.5m에 붙인 후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떨어뜨려 선두를 유지했다. 7번홀(파3)에서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티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더블보기를 기록해 단숨에 2타를 잃었다. 배상문이 주춤하는 사이 이안 폴터가 따라왔다. 1라운드를 마치고 최종 4라운드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계획을 밝힌 이안 폴터는 뒷심을 발휘하며 선두자리까지 치고 올라왔다. 지루했던 파 행진을 8번홀(파5)에서 마감하고 9번홀(파4)에서 어려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이안 폴터는 마지막 9부 능선을 넘지 못했다. 15번홀까지 1타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폴터는 16번홀(파3)에서 티샷 실수로 1타를 잃으며 배상문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결정적인 실수는 가장 쉬운 18번홀에서 나왔다. 사흘 내내 버디를 뽑아내며 가장 쉽게 여겼지만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 17번홀 페어웨이로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당황한 폴터는 두 번째 샷을 날렸지만 나무에 맞아 더 큰 위기를 맞았고 결국 네 번째 샷으로 겨우 그린에 올렸다. 파만 기록해도 연장전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회심의 파 퍼트가 빗나가면서 보기로 무너져 우승컵을 헌납했다. 이안 폴터의 실수로 18번홀에서 편안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배상문은 욕심내지 않고 침착하게 파 세이브에 성공해 1타차 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1타차 2위로 우승을 넘봤던 앤서니 김은 최종 라운드에서 뒷심이 아쉬웠다. 1번홀부터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퍼트가 난조를 보이며 좀처럼 버디를 기록하지 못했다. 6번홀에서 첫 버디를 기록했지만, 11번과 16번홀 보기로 오히려 1타를 잃어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우승을 차지한 배상문은 9일부터 열리는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한 다음 곧바로 29일부터 미국 휴스턴의 사이프러스우드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1차 예선에 출전할 예정이다. 배상문·앤서니 김, 한마디 배상문 “너무 기뻐 실감나지 않아” 너무 기쁘고 실감이 나질 않는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 내 자신이 뿌듯하다. 어제, 오늘 티샷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각했던 대로 티샷이 가지 않았다. 1번 홀에서의 OB는 실수였다. 다행히 보기로 막았고, 다음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면서 안정됐다. 1번홀을 보기로 막았던 게 정신적으로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됐다. 7번홀에서는 어처구니없게 물에 빠뜨리면서 더블보기를 쳐 실망했는데, 10번홀에서 긴 버디 퍼트가 들어간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9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화가 난 상태에서 티샷을 했는데 엄청 멀리 갔다. 14∼15m 정도 되는 긴 퍼트라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운이 좋게 버디로 연결됐다. 첫날 앤서니 김의 플레이를 보고 약간 기가 죽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같이 경기하면서 위축되지 않았던 게 오늘 경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앤서니 김 “퍼트 난조…실망스런 경기” 4라운드 동안 오늘이 가장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다.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퍼트가 너무 좋지 않았던 게 패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홀이 어디에 있었는지 잘 모를 정도다(웃음). 한 번을 제외하고 나머지 퍼트는 모두 생각했던 대로 퍼트가 잘됐다. 그런데 이상하게 홀에 들어가지 않았다. 배상문 프로와 이틀 동안 함께 플레이했는데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 퍼트가 돋보였다. 결국 골프는 드라이버를 멀리치는 것보다 홀에 잘 넣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내일 처음으로 자선 스킨스 대회를 연다. 할 수 있다면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을 위해 기쁘게 해주고 싶다. 어머니께서 매번 한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좋을 일을 하라고 얘기했는데 내일 그 일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감사합니다(한국어로). 천안= 주영로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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