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해명땐악플 X 2 …무대응땐“사실인정”
《톱스타 최진실이 굴곡진 생을 스스로 마감해 세상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미 많은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의 안타까움이 이어진 뒤였다. 대중의 주목과 환호, 부와 명성을 얻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 이면에서 과도하게 노출된 일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음을, 스타들의 죽음은 말해준다. 이들의 삶 속에는 무책임한 악플과 루머, ‘인기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가슴앓이의 고통이 숨어 있었다. ‘스포츠동아’는 최진실의 죽음을 계기로 위기에 놓인 연예인들의 실태를 4회에 걸쳐 짚어본다.》 “곱게 미쳐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가수 겸 연기자 장나라) “아니라도 해도 믿지 않는다.”(가수 솔비) 두 스타의 고백은 ‘악플’(인터넷 악성 댓글)과 악성 루머에 시달리는 지금, 이 시대 감수성 예민한 연예인들의 고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만 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타들은 조금씩 자신들의 가슴을 갉아먹는 악플과 악성 루머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 루머…악플…루머…악플…끊이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 경찰 조사에 따르면 2일 스스로 목을 맨 톱스타 최진실은 평소 우울증세에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퍼진 ‘사채업 괴담’ 등 악성 루머와 그에 얽힌 악플에 시달렸다. 그녀는 5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2580’과 가진 생전 인터뷰에서 “인터넷 댓글이 무섭다.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것 같다”고 말했다. 비단 최진실이 아니더라도 그에 앞서 세상을 떠난 가수 유니와 정다빈 등도 악플로 고통받았다. 심지어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형은은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악플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악플과 악성 루머만이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할 수 없다. 데뷔 초기 숱한 악플에 시달린 솔비는 “연예인들은 대중에게 행복함을 주고 재미를 드리려고 한다. 사람들도 그렇게 즐거움을 얻으려 하지 않느냐.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만이나 질투 등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악플로 풀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 참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의 공간에서 욕망의 대상으로서 연예인에 대한 선망과 비뚤어진 애정, 질시가 악플의 형태로 드러남을 꼬집는 말이다. 악성 루머에 대해서도 그녀는 “이미 루머가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에게 ‘아니다’는 대답은 소용없다”고 말했다. “대응하지 하지 않으면 사실로 믿어버린다.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이라 인정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더욱 답답해했다. ○ 악플과 루머의 양산…“해답이 없다” 또 다른 연예인은 “말이 또 다른 말을 낳는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하지만 그 동안 연예인들의 상처는 더욱 커진다”면서 “해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난무하는 악플과 악성 루머의 틈바구니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연예인들의 상황을 대변해준다. 많은 연예 관계자들이 진단하듯 “인터넷의 발달로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이제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연예인들의 가장 사적인 일상이 ‘직찍’(직접 찍은 사진) 등의 이름 등으로 가감없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맨몸으로 노출되어버린 연예인은 그저 말을 통한 ‘희롱’과 ‘폭력’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악성 댓글과 루머가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는 그렇게 굳어진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실명제 강화와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을 담는 이른바 ‘최진실법’ 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1만3000여명의 연예인이 노조원으로 가입한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가 6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인터넷을 통한 악성 루머 및 악플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책적, 사회적 대응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있는 대책으로 구체화할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적어도 연예인 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악플과 악성 루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