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가 올림픽 결승전 출발을 앞두고 음악을 듣는 장면은 ‘어떻게 저렇게 여유 있을까’ 정도로 참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예전에 보았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평범한 땅볼 하나를 투수와 유격수가 서로 잡겠지 하고 미루다가 다 이긴 게임을 놓친 장면이 떠올랐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평소 적극적이었던 유격수는 그날 따라 투수가 처리했으면 했고, 투수는 혹시 자기가 실수할까봐 수비 잘하는 유격수가 잡게 놔두자 하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보통 때 같으면 여유 있게 처리됐을 타구 하나가 두 선수의 심리적인 틈새로 빠져 진 경기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여유의 차이였다. 팀 스포츠에서 정규시즌은 팀의 총체적인 전력대로 순위가 결정되는 편이다. 오늘 지더라도 내일 만회할 기회가 있어 양팀 선수들이 비교적 여유 있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확률적으로 개인의 실수나 멋진 플레이 하나하나보다는 총전력이 더 반영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은 총체적인 전력과 무관하게 의외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흔하다. 한번 지면 다음 시즌을 기다려야 하는 특성상 포스트시즌은 선수들에게 큰 중압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정규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거기에 위축되어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선천적으로 강심장을 타고나 큰 경기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개는 어느 정도 위축되게 마련이다. 단기전에서 이런 선수가 많으면 평소에 비해 전력누수가 생기게 되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상대팀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느 팀이 부담감을 덜 느끼게 만드느냐가 전력 만큼이나 중요해진다. 그리고 타고난 강심장 외에는 선수 스스로 제 부담을 덜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그 일은 ‘경험 있는 사람들’ 몫일 수 있다. 감독, 주장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리더들이고 때로는 노련한 프런트가 일조를 하기도 한다.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은 리더의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박태환의 음악듣기나 스포츠영화마다 단골 메뉴인 감독의 감동적인 짧은 연설 등으로 볼 때 핵심은 ‘딴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있는 것 같다. 또 프로선수라면 내년이면 한층 두꺼워질 지갑을 상기시키는 것도 다부진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통할 때가 있다. 정규시즌 돌풍을 일으킨 롯데가 여유 없는 플레이로 3연패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포스트시즌은 다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돈벌이도 되는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접목, 나의 지향점이자 한국 프로스포츠산업의 현실적 과제다.